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경북 상주 상륙한 아프리카돼지열병...K-가축방역은 막을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야생멧돼지의 모습. 환경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경상북도 상주시 화남면 평온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야생멧돼지 5마리가 발견됐다. 국내 첫 ASF가 발생한 이후 880일만에 경상북도에 상륙한 것이다. 그동안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서만 머물던 ASF 바이러스가 점차 남하하고 있다. 최근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만큼 'K-가축 방역'이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ASF는 10일 이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이다. 돼지만 걸리기 때문에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주로 감염된 돼지의 눈물, 침, 분변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사실상 한 마리가 감염되면 함께 있던 돼지들을 도살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농가 보호를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하는 전염병이다.



경북 지키는 백두대간 뚫릴까



그동안 정부의 가축 방역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경기도, 강원도, 충북 순서로 남하하던 ASF가 한동안 경상북도로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기준 최남단 발견지는 농가에선 강원도 영월(지난해 10월 5일), 야생에선 충북 보은(지난 3일)이었다.

중앙일보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확산 과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앙일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양상 지도. 농림축산식품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바이러스의 남하를 막은 데엔 경북 북쪽 경계를 감싸는 백두대간의 역할이 컸다. 생활반경이 1㎞ 정도인 멧돼지들이 높은 산을 넘어다니지 않기 때문에 태백산과 소백산맥이 일종의 방역 울타리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상훈 야생동물연구소장은 역시 "산맥에도 낮은 구멍이 있긴 하지만 멧돼지 이동을 어느 정도 막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경북의 입구 격인 상주시 화남면에서도 ASF가 발견됐다. 하지만 소백산맥이 뚫린 것은 아니다. 화남면이 행정구역상으론 경북이지만 지리상으론 백두대간 서쪽이다. 상주시 화남면에서 사용한 온천물은 충북 보은군으로 흘러간다. 이 지역이 산맥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김지수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장은 "생활반경이 1㎞인 멧돼지들은 높은 산에 잘 올라가지 않는다. ASF가 아직 산맥을 넘어 경북에 진출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울타리만 '1500㎞'…답은 '농장 현대화'



2년간 경기도, 강원도, 충북엔 인간이 만든 광역 울타리도 1500㎞만큼 설치됐다. 멧돼지들의 남북 간 교류를 막기 위해서다. 바이러스의 다음 진출 방향인 충남 지역과 경북 울진도 최근 시군구 경계를 넘는 긴 울타리를 만들었다. 각 지자체도 지역 내 농가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기간 사냥꾼에 의해 사살된 멧돼지는 23만 마리가 넘는다.

중앙일보

지난 2019년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 철조망.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와 백두대간이 만든 울타리가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남부지방 확산은 사실 시간문제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ASF는 100년간 러시아, 중국, 북한으로 전파되면서 야생에선 완전히 박멸된 적이 없다. 바이러스가 분뇨에선 15일, 혈액에선 1개월까지 남아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크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3배라 백신도 개발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유럽처럼 양돈농가를 현대화시키는 방안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야생에서의 박멸이 불가능한 만큼 약 1000만 마리에 달하는 농가의 돼지들을 야생과 격리하는 방법이다. 김지수 팀장은 "농가는 방역시설을 갖추고 야생에선 개체 수를 줄이는 '투트랙'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아직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은 충남, 전라, 경상지역 양돈농가에서도 미리 방역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