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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체제 반년] ③ 아프간 탈출 전 여성 의원 "그들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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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후 첫 언론 인터뷰…탈레반 유화책에 "말과 행동 달라"

"국제사회 인정 시 탈레반 더 대담해질 것" 우려

연합뉴스

라이하나 아자드 아프간 전 의원.
[라이하나 아자드 전 의원 제공ㆍ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탈레반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입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장악되자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전 의원 라이하나 아자드(40)의 말이다.

아자드 전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재집권한 탈레반이 과거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와 달리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지만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은 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회유책을 펼치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인정을 원하기 때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설령 국제사회가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지라도 엄혹한 아프간의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제사회의 인정은 탈레반을 오히려 대담하게 할 뿐"이라며 '후폭풍'을 우려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전 정부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사면령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탈레반은 제 지역구인 다이쿤디주에서 전 정부군 14명의 손을 뒤로 묶은 뒤 대낮에 총살했지요. 지금까지 탈레반에 살해된 전 정부군의 수는 100명을 넘습니다."

아자드 전 의원은 미국의 지원 아래 아프간 밖 은신처에 머물면서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아프간을 탈출한 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은신처의 위치가 공개될 경우 아프간 내에서 나와 일했던 이들도 덩달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체류 장소를 알릴 수 없다고 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아프간을 탈출한 후 탈레반은 여러 차례 내 집을 수색했고 은행 계좌를 막았다"며 "나와 일했던 이들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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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하나 아자드 아프간 전 의원.
[라이하나 아자드 전 의원 제공ㆍ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 운동가의 딸로 태어난 그는 카불 카테브대에서 정치·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유엔(UN)과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일한 그는 2005년 주의원이 됐고 2011년부터는 아프간 의원으로 일하다가 정부 붕괴를 겪었다.

그는 의원으로 일하며 인권, 폭력 근절, 여성 차별 금지 등의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2018년 총선에서는 여성 유권자 득표수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어렵사리 외국으로 피신한 그는 이제 몸 바쳐 일궜던 국가의 기틀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상황을 참담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자드 전 의원은 "탈레반 재집권 후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며 "20년 전 국민들이 다졌던 정치 체제가 붕괴한 것을 봐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어렵게 얻어낸 성과들도 뒤집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미 최저 생활 수준이었던 아프간 경제가 탈레반 재집권 후 최악의 상황에 빠진 점을 우려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지난해 여러 주에서는 가뭄까지 닥쳤다"며 많은 이들이 이웃 나라로 달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 통치 아래의 아프간 앞날은 더 절망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탈레반도 과거처럼 쉽게 통치해나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통치기 때와 달리 인권 등에 대한 국민 의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국제사회도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탈레반이 가로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는 국민에게 직접 구호 물품 등을 나눠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아프간 국민 약 390명이 지난해 한국에서 보금자리를 찾은 점에 대해 한국 정부에 깊은 감사의 뜻을 드러냈다.

아자드 전 의원은 "한국 정부가 언론인, 여성, 사회운동가 등 탈레반 치하의 취약 집단도 더 구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아프간 여성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구호 기금 확충을 위해서도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아프간 카불에서 시위하는 여성.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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