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후 첫 언론 인터뷰…탈레반 유화책에 "말과 행동 달라"
"국제사회 인정 시 탈레반 더 대담해질 것" 우려
라이하나 아자드 아프간 전 의원.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탈레반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입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장악되자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전 의원 라이하나 아자드(40)의 말이다.
아자드 전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재집권한 탈레반이 과거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와 달리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지만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은 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회유책을 펼치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인정을 원하기 때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설령 국제사회가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지라도 엄혹한 아프간의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제사회의 인정은 탈레반을 오히려 대담하게 할 뿐"이라며 '후폭풍'을 우려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전 정부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사면령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탈레반은 제 지역구인 다이쿤디주에서 전 정부군 14명의 손을 뒤로 묶은 뒤 대낮에 총살했지요. 지금까지 탈레반에 살해된 전 정부군의 수는 100명을 넘습니다."
아자드 전 의원은 미국의 지원 아래 아프간 밖 은신처에 머물면서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아프간을 탈출한 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은신처의 위치가 공개될 경우 아프간 내에서 나와 일했던 이들도 덩달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체류 장소를 알릴 수 없다고 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아프간을 탈출한 후 탈레반은 여러 차례 내 집을 수색했고 은행 계좌를 막았다"며 "나와 일했던 이들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라이하나 아자드 아프간 전 의원. |
교육 운동가의 딸로 태어난 그는 카불 카테브대에서 정치·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유엔(UN)과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일한 그는 2005년 주의원이 됐고 2011년부터는 아프간 의원으로 일하다가 정부 붕괴를 겪었다.
그는 의원으로 일하며 인권, 폭력 근절, 여성 차별 금지 등의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2018년 총선에서는 여성 유권자 득표수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어렵사리 외국으로 피신한 그는 이제 몸 바쳐 일궜던 국가의 기틀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상황을 참담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자드 전 의원은 "탈레반 재집권 후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며 "20년 전 국민들이 다졌던 정치 체제가 붕괴한 것을 봐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어렵게 얻어낸 성과들도 뒤집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미 최저 생활 수준이었던 아프간 경제가 탈레반 재집권 후 최악의 상황에 빠진 점을 우려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지난해 여러 주에서는 가뭄까지 닥쳤다"며 많은 이들이 이웃 나라로 달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 통치 아래의 아프간 앞날은 더 절망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탈레반도 과거처럼 쉽게 통치해나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통치기 때와 달리 인권 등에 대한 국민 의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국제사회도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자드 전 의원은 "탈레반이 가로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는 국민에게 직접 구호 물품 등을 나눠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아프간 국민 약 390명이 지난해 한국에서 보금자리를 찾은 점에 대해 한국 정부에 깊은 감사의 뜻을 드러냈다.
아자드 전 의원은 "한국 정부가 언론인, 여성, 사회운동가 등 탈레반 치하의 취약 집단도 더 구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아프간 여성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구호 기금 확충을 위해서도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프간 카불에서 시위하는 여성.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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