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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단독] 유명무실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 공개'···반년간 13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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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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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명단 공개, 운전면허 정지, 출국 금지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 제도를 활용하려는 채권자(양육자)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의 감치 명령’을 전제로 하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이를 충족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선 수많은 양육비 미지급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장을 피하는 탓에 감치를 결정할 재판을 개시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조치가 양육비 이행을 이끄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는 자진 폐쇄 4개월 만에 운영을 재개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준 38.3%(2015년 이후 누적)인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양육비 문제를 민사 소송이 아닌 행정 절차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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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자 명단공개·면허정치 조치 시작됐지만…반년간 신청 13건, 67건 그쳐
1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이달 4일까지 여가부에 접수된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공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신청 건수는 각각 13건, 67건, 31건에 불과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양육비 이행의무 확정 사례가 1년 평균 3014건(2015~2021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채권자 중 극소수만이 정부의 제재 조치를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신청이 드물다보니 여가부가 심의를 거쳐 제재한 인원도 지금까지 명단공개 2명, 운전면허 정지 11명(3건은 관할 경찰서에서 절차 진행 중), 출국금지 9명에 그친다. 여가부는 아직 처리되지 않은 신청들에 대해서도 추후 심의를 거쳐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겠다며 도입된 제도가 이처럼 낮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제재 조치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양육비이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가 명단 공개, 운전면허 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상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법원의 감치 명령을 받은 후에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로 한정된다. 출국금지 조치는 양육비 채무가 5000만원 이상인 미지급자 등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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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치 명령에도 양육비 안 준 사람’이 요건인데···현장선 “감치 재판조차 열기 어려워”

문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감치 명령을 내릴 재판을 개시하는 것부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법원에서는 미지급자가 재판에 출석을 한 상황에서 감치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미지급자가 고의로 위장전입을 하거나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경우, 소장이 전달되지 않아 감치 소송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해연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양육자 421명 중 72.5%(305명)는 미지급자의 실거주지가 불분명하다고 응답했다. 결국 정부의 명단 공개와 운전면허 정지 조치는 미지급자의 실거주지를 몰라 감치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양육자들은 활용할 수조차 없는 제도였던 셈이다.

한편 출국금지 조치 요건 역시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양육비는 한 달에 20~30만원으로 책정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채무액이 5000만원이 되려면 17~2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가부는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출국금지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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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2월 중 활동 재개 예고···"해외처럼 행정절차로 양육비 문제 해결해야"

정부 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며 일각에선 ‘사적 신상공개’를 되살리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는 지난 7일 공식 트위터에 “2월 중순에 새로운 이름으로 재오픈한다”고 밝혔다. 배드파더스는 지난 2018년부터 3년 3개월간 운영되며 약 900건의 미지급 사건을 해결했지만, 정부의 명단 공개가 실시되며 지난해 10월 자진 폐쇄했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활동가는 “정부가 명단공개를 실시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배드파더스가 폐쇄되고 나서 미지급자가 양육비 지급을 중단했다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재개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재 조치의 요건을 현재보다 완화하고 나아가 양육비 이행을 해외처럼 행정 절차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정부의 명단 공개 같은 제재 조치가 효과가 있으려면 감치 명령을 전제로 하는 요건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 중에선 한국처럼 채권자가 직접 수년간 민사 소송을 진행해 양육비를 받아내는 국가가 거의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나 여가부 등의 기관이 행정 절차 형태로 양육비를 직접 받아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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