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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사관 “韓 언론-정치인이 反中 선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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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판정 비판을 反中정서로 공격

동아일보

중국반대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근처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과 중국내 인권탄압 등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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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중국대사관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9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대해 창끝을 겨누고 심지어 반중(反中) 정서를 선동해 양국 국민의 감정에 해독을 끼쳤다(毒化)”고 주장했다.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이는) 중국 누리꾼들의 반격을 초래했다”며 “이에 대해 부득불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고 엄정한 입장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은 “한국 선수단과 일부 언론이 쇼트트랙에 대해 ‘불공정 판정’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주목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중국대사관이 개회식 공연 한복 논란에 대해 전날 입장문을 내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존중하라”고 주장한 데 이어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한국 쇼트트랙 황대헌, 이준서 선수의 석연찮은 실격 판정에 외신들까지 나서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이를 “반중 정서 선동”으로 치부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사관이 주재국 국민들의 여론에 공격적인 태도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월권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中대사관 “일부 한국 정치인 억측 엄중 우려”… 편파판정 논란을 反中 치부

中 “韓언론-정치인 선동”
한복 이어 이틀연속 강경 입장문… 반중정서 폭발하자 정부차원 개입
中 관영매체 “한국의 열등의식”… 조직위 SNS서 런쯔웨이 金 사라져


중국대사관은 이날 오후 늦게 낸 입장문에서 “한국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겨울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하고 ‘중국 정부와 체육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멋대로 말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며 “우리는 절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사관은 입장문의 상당 부분을 문제의 쇼트트랙 경기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에 따라 진행됐고 각국 선수들에게 안전하고 공정한 시합 환경을 제공했다고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결과에 절대 영향을 주거나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편파 판정 의혹을 “반중 정서 선동” “일부의 억측”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쇼트트랙 편파 판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누리꾼들의 혐한 정서가 한국의 반중 정서 때문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도 펼쳤다.

다만 “모든 경기에는 승패가 있다. 우리는 한국 민중의 심정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중국대사관은 “한중 수교 30년 동안 양국 관계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양국 국민 간 우호적 감정은 양측 공통의 귀한 재부(財富)다. 절대 감정적인 언행 때문에 손상돼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양국 관계, 양국 국민 간 우호 감정 촉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한국 친구들이 함께 마주 보며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믿는다”고 했다.

중국대사관이 이틀 연속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폭발하자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지난해부터 한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노력해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화, 스포츠 갈등으로 반중 감정이 격화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사관의 입장문은 단순히 반중 정서를 진화하려는 목적으로 보기에는 강경했다. 정부 관계자는 “시진핑 체제 결속을 위해 강화해온 애국주의, 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중국의 젊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보이는 자국 내 혐한 여론을 의식해 한국에 경고하는 입장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인스타그램(@beijing2022)에는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런쯔웨이의 금메달 수상 소식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쯔웨이는 남자 1000m 경기에서 편파 판정 논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직위는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중국 선수들의 메달 수상 소식을 빠짐없이 게시물로 올렸다. 이 때문에 조직위가 런쯔웨이 수상 소식만 제외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이날 소셜미디어용 기사를 통해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 일본 사이에 끼어 있어 자연스레 열등의식을 갖게 돼 판정이 중국 편향적이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누리꾼들이 보이는 중국에 대한 격한 반응은 금방 뜨거워지는 한국인들의 성향과 관련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 ISU와 화상 면담을 통해 편파 판정에 대해 항의했지만 ISU는 “우리 입장은 7일 발표한 결과와 변함이 없으며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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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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