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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윤석열 ‘적폐청산’ 발언에 청와대 “불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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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집권 시 전(前) 정권 적폐청산 수사’ 발언을 놓고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정치보복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며 이날 다섯 차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윤 후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앞서 윤 후보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본지 2월 9일자 1, 8면)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전제로 한 얘기였다.

반격의 포문은 청와대에서 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11시쯤 “(윤 후보) 인터뷰 중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러 왔냐는 부분이 있다”며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리 선거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입장은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참모회의 등을 거쳐 결정됐다고 한다.

민주당 “검찰 권력자 망언” 윤 “문제없으면 불쾌할 일 없어”

30분 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 발언을 ‘정치보복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평생 특권만 누려온 검찰 권력자의 오만한 본색이 드러난 망언”이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망국적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보복을 하겠다고 볼 수 있는 말이다.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이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없는 죄도 만드는 검찰 공화국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돼선 안 된다”며 “(윤 후보가)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전 대표도 “어디 감히 문재인 정부 적폐란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고 맹비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재명플러스 앱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적폐청산과 국정농단 심판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겼고, 검찰총장까지 고속 승진을 시켜준 사람이 윤 후보”라면서 “만일 문재인 정부에 적폐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윤석열 후보에게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의 격앙된 반응에 정작 윤 후보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뭐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낮 서울 명동성당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시간이 지나 전 정부의 문제가 적발되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건 정당한 적폐청산이고 남이 하는 건 보복이란 프레임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며 여권을 직격했다.

윤 후보는 또 이날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도 ‘대통령이 된다면 윤석열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에 임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저도 산다”고 답했다.

국민의힘도 여권이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을 두고 “도둑이 제 발 저린 거 아니냐”고 반응했다. 원일희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후보는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검찰 인사에 직접 손대거나 수사 지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며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발언을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뒤집어씌우는 세력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강하게 충돌하는 데엔 전략적 고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의 격한 반발엔 김혜경씨 ‘불법 의전 논란’ 등 악재를 뚫고 국면 전환을 삼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날 민주당은 윤 후보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중 오후 5시 긴급하게 김씨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차기 검찰총장으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등 이미 집권한 듯 오만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혜경씨 논란을 덮을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는데, 윤 후보가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에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여권이 ‘정치 보복’이라고 할수록 현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아닌가”라며 “정상적인 ‘대장동 수사’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 정서를 고려해도 ‘적폐 수사’ 이슈가 커지는 게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기정·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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