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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김혜경 8분 사과에…제보자 A씨 "그 많은 음식 누가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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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자신을 둘러싼 ‘과잉 의전’과 법인 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9일 직접 사과했다. 하지만 법인카드 유용 여부를 묻는 질문엔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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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과잉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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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직자의 배우자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公)과 사(私)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8일 첫 관련 보도 이후 칩거해온 그가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로 12일 만이다.

김씨는 오후 5시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김씨는 기자회견문을 읽기 전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드러냈다.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김씨는 “국민 여러분께, 특히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며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 거듭 죄송하다”며 다시 허리를 굽혔다.

지난달 28일 한 매체는 김씨가 경기도 비서실 공무원에게서 폐경치료제를 대리처방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경기도 법인카드로 구매한 쇠고기 등 식재료를 제공받고 아들 퇴원수속을 경기도 공무원이 밟았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경기도는 김씨의 공금 유용 의혹에 관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질문에 金 “수사·감사 진행 중”



김씨는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이어진 기자단과의 일문일답에서 구체적인 해명보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법인카드 유용 부분을 포함해서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에 김씨는 3초간 고심한 뒤 “지금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그리고 거기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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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과잉의전 논란과 관련해 열린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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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의혹을 제보해 온 경기도 비서실 7급 공무원 A씨에 대해선 선을 긋는 듯한 발언도 했다. 김씨는 “제가 (2018년 지방선거 후) 경기도에 처음 왔을 때 (A씨의 상급자인) 배모 씨가 소개해줘서 첫날 인사하고 마주친 게 전부다. 그 후에는 소통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씨에 대해선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 때 만나서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사이”라고 말했다.

A씨는 배씨로부터 직장내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관련 김씨는 “제가 A씨와 배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A씨는 (갑질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와 배씨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둘 사이가 어떤 관계였는지 자신은 몰랐다고 선을 그은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 4건의 질문만 받았다. 김씨도 당사 2층 기자회견장에서 당사 밖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씨의 등장부터 퇴장까지는 8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흔들리는 李 지지율에 김혜경 등판…野 “동문서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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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당사를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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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등판은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에 따른 대응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예상치 못한 배우자 논란에 내상을 상당히 입은 상황에서 후보 등록 전에는 털고 가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이 후보 역시 김씨가 직접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는 이 후보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억지스럽게 변명하지 않고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죄드리겠다”며 김씨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김 씨의 사과이후 A씨는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라며 “‘법카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기자들을 대신해 되묻고 싶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파장이 당장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도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김씨는 경기도 공무원들 사적 비서 활용, 업무추진비 등 공적 자금 유용, 대리 처방,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어느 사실 관계도 밝히지 않았다”며 “범죄행위에 대한 동문서답식 사과”라고 비판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대변인은 “사과의 형식은 있었으나 알맹이는 쏙 빠진 기자회견”이라고 성토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중도 인사들을 만나며 확장 행보를 하는 이 후보로선 배우자 관련 의혹을 한번 털고 가는 것이 분명 필요했을 것”이라며 “다만 한차례 실망감을 가진 무당층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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