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2026년까지 국어대사전 전면 개편
장소원 국립국어원장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립국어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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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그 지방 고유의 언어도 사라진다. 국어 발전 및 국민 언어생활 향상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인 국립국어원이 지역어를 기록하고 언어문화를 보전하는 사업에 나선다.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장소원 국립국어원장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국어원에서는 역점 사업 중 첫 번째로 ‘지역 언어문화 디지털 자료관 구축’을 내세웠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소멸위기의 ‘인구감소지역’ 89곳 대부분이 전남, 경북, 강원, 경남, 전북 등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 몰려있다. 국어원은 방언권별로 지역 언어문화를 음성·영상·사진·글 자료로 정리해서 모으고, 이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전시관에 공개할 예정이다. 2023년 제주를 시작으로 다음해부터 전라, 경상, 충청, 강원에 지역 언어문화 자료 디지털 전시관을 만들 계획이다. 장 원장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사투리를 쓰면 창피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지역어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며 지역어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어원에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우리말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표준국어대사전> 전면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6년까지 예산 70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손보고, 이후 2031년까지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말 사용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에 초판이 발간돼 2008년 한 차례 개정됐다. 현재 서비스되는 웹 버전은 심의를 거쳐 용례나 해설을 일부 바꾸고 있으나, 전면 개편은 20년 넘게 없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휘 약 42만개가 수록돼 있는데, 빠진 어휘가 많다. 2016년 국립국어원이 개통한 웹 기반 국민 참여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약 113만 어휘가 수록돼 있다.
장 원장은 “1999년 편찬 당시에 서둘러서 사전이 나오느라 용례나 해설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들어갔다”며 “용례 중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같은 여성 비하적인 것들도 많고, 옥스퍼드 대사전에 등재된 ‘먹방’ 같은 신조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엔 없다”고 설명했다. 개편 작업의 신조어 추가 과정에는 언어 빅데이터를 토대로 활용도를 검토할 계획이다. 국어원의 정희원 어문연구실장은 “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몇 번 이상 언급’ 등 몇 가지 기준을 통해 사회적 유통 기준을 세운 후에 말뭉치(현재 사용되고 있는 말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검토해 사람들이 정말 많이 쓰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어원은 2027년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국어능력 진단체계도 개발한다고 했다. 장 원장은 “기업이나 언론사의 논술 평가, 공공기관에서 기본적인 언어능력 평가를 할 때 사람 손으로 다 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언어능력을 평가하는 진단검사 체계나 공인된 시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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