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페북, 인스타 유럽에서 철수할 수도" ... EU는 "페북 없어도 괜찮다"

[경향신문]
메타(옛 페이스북)가 유럽 규제당국과 개인정보보호법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럽 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티이미지.

메타는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재무보고서에서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나 표준계약조항(SCC) 등 기존 시스템을 더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유럽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수정안에 따라 유럽 내 사용자 정보를 이전처럼 미국으로 이전할 수 없게 된다면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앞서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 2020년 7월 유럽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미국으로 전송될 때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며 EU와 미국 간 데이터 전송 합의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유럽 규제당국들은 유럽 사용자들의 정보가 미국에 넘어가는 과정을 새로 규정짓기 위한 법률 제정에 나섰다. ECJ 판결이 나온지 한 달 후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페이스북에 EU에서 미국으로 사용자 개인정보 전송을 중단하라는 예비 명령을 내렸다. DPC는 올해 상반기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페이스북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DPC는 연간 수익의 4%, 즉 28억달러(약 3조3521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페이스북에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유럽은 메타의 사업 철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7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들에게 “해킹당한 후 4년 동안 페이스북과 트위터 없이 살았는데 행복했다”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도 “페이스북 없는 삶의 질은 매우 괜찮다”며 “디지털 대기업들은 EU가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계속 저항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미국과의 데이터 이전 협상은 격화됐지만 사안의 복잡성과 국가 안보와 사생활 간 균형을 맞출 필요성을 고려했을 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그는 “EU 법원이 정한 요건을 완전히 준수하는 합의만이 양측이 원하는 안정성과 법적 확실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완고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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