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분의1 고객 텔레노르, 통화자 위치 등 전달 논란
현지 매체 "군정, 200여 차례 요구…저항인사 등 개인자료 공유"
미얀마 양곤 시내 텔레노르 대리점(쟈료사진)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주요 이동통신사로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텔레노르가 지난해 2월 쿠데타 이후 군부의 통화기록 요구에 응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8일 업계 소식통을 인용, 지난 1년간 군정 통신부가 200건 넘게 텔레노르 측 정보 제공을 요구했으며, 여기에는 통화 기록과 통화 위치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노르는 통신부의 요구에 모두 응했으며, 특정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하라는 지시에도 따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2014년 미얀마에서 사업을 시작한 텔레노르는 전체 인구(5천400만 명)의 3분의 1가량인 1천8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미얀마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다.
미얀마 나우는 자신들이 확인한 군정 측 요구에는 텔레노르 고객들의 한 달간에서부터 길게는 4~6개월간 통화 기록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통신부는 한 번에 수 백 건의 전화번호에 대한 통신 기록 및 위치 정보도 요구한 적이 있었던 만큼, 200회가 넘는 자료제공 요구로 영향을 받은 텔레노르 고객은 수천 명에 달한다고 매체는 추산했다.
통신부는 2013년 만들어진 전기통신법을 요구 근거로 내세웠는데, 이 법은 '비상 상황'하에서 통신부에 통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통화 내용을 가로챌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소식통은 군정이 자료제공을 요구한 전화번호가 고문 등으로 얻어진 것일 수 있음에도 텔레노르 측이 이에 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정이 요구한 전화번호들은 피 묻은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텔레노르 측은 군부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들의 요구에 응했음을 시사했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한 관계자는 매체에 "현 법적 체계에서 이뤄진 군정 지시에 응하지 않는 것은 우리 직원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군정이 텔레노르에 요구한 전화번호 중에는 유명 배우 쪼 뚜와 록가수인 린 린 등의 것도 포함됐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선동 혐의 등으로 군부의 추적을 받는 대상이었다.
많은 활동가처럼 쿠데타 이후 주로 텔레노르를 사용해왔다는 린 린은 매체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도시에 본부를 둔 텔레노르 같은 곳이 테러리스트 군사정권과 개인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슬프다"고 말했다.
현지 인권단체인 '저스티스 포 미얀마'의 야다나 마웅 대변인은 노르웨이 정부에 텔레노르가 고객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군정이 저지른 범죄를 도왔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데이터 공유로 대규모 체포와 고문·살인과 같은 잔혹한 탄압에 협조함으로써 국제적 범죄행위에 연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가 '군침'을 흘리는 이동통신사 텔레노르. |
텔레노르는 지난해 7월 쿠데타 이후 경영 악화 및 각종 규제 강화를 이유로, 미얀마 내 사업 매각을 선언했다.
미얀마 나우는 텔레노르의 미얀마 사업 매각이 오는 15일 완료될 예정이며, 군부 관련 기업이 대주주인 미얀마 기업 및 레바논 투자사 M1 그룹의 합작사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텔레노르사 매각으로 고객들의 통신 기록까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이 회사가 지난 1년간에도 군정의 통신기록 요구에 응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군부는 문민정부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작년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유혈 탄압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1천500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인권단체는 추산하고 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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