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부 인사 재산 몰수·체포 군정 위협에 두려움 큰 듯
로이터 "작년 11월부터 관영신문 공개의절 선언 570여건"
미안먀 소수민족 무장조직 캠프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이들(자료사진) 2021.10.16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1년을 넘긴 미얀마에서 군부의 보복이 두려워 반군부 활동을 하는 자녀들과 '의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관영 신문들에는 최근 3개월간 하루 평균 예닐곱 가족이 군정에 대항하는 활동을 하는 아들, 딸, 조카 또는 손주들과 가족의 연을 끊겠다는 공고문을 게재하고 있다.
통신이 확인한 '의절 선언문'만 약 57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절 선언문 게재는 지난해 11월 군정이 반군부 인사들의 재산을 몰수하겠다고 협박하고 시위대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이들을 체포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실제로 수십 가구에 대한 급습이 이뤄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국경 마을에 몸을 숨긴 채 무장 투쟁에 참여 중인 린 린 보보(26)는 통신과 통화에서 군인들이 자신을 찾으러 미얀마 집에 찾아온 뒤 엄마가 자신에게 연을 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관영 신문인 더 미러에 "부모의 뜻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어, 우리는 린 린 보보와 의절함을 선언한다"는 공고문이 실렸다.
그는 '의절 선언문'을 읽고 난 뒤 울었다며 "동료들은 군정의 압박 아래에서는 가족들이 그렇게 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나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내 가슴은 찢어졌다"고 통신에 말했다.
미얀마 시민방위군(PDF) 군사훈련 수료식(자료사진) 2021.5.25 |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를 폭행하는 영상을 찍어 독립매체에 올렸다가 경찰의 추적을 받자, 아내 및 젖먹이 딸과 함께 태국으로 도망친 소 삐 아웅도 지난해 11월 같은 경우를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관영 '미얀마 알린'지에 게재한 공고문을 통해 "내 아들이 부모의 뜻에 반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아들과 의절함을 선언한다"며 "그와 관련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소 삐 아웅은 통신에 "그 글을 읽었을 때 조금 슬펐다"면서도 "그러나 부모님이 압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다는 점을 이해한다. 집을 몰수당하거나,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절 선언문을 게재한 한 부모는 통신에 자식들도 이를 이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부모는 "내 딸은 자신이 믿는 바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곤경에 처한다면 딸이 걱정할 거라고 확신한다"며 "우리가 한 행동을 딸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미얀마 관련 인권단체 '버마 캠페인 UK'에서 활동하는 와이 닌 쀤 똔은 군부에 반대하는 이들의 가족을 겨냥하는 전략은 1980년대 말과 2007년 군정 반대 시위 당시에도 이용됐지만, 지난해 쿠데타 이후에는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에 따라 반군부 활동을 하는 가족과 의절한다는 공개 선언문도 과거와 비교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와이 닌 쀤 똔은 "가족 구성원들은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체포되고 싶지 않고, 곤경에 처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군정은 반군부 시위나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와 연계해 군부에 맞서는 활동을 '테러 행위'라며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군정에 반대하는 이들을 무차별 유혈 탄압했고, 이 과정에서 1천500명 넘게 목숨을 잃은 것으로 인권단체는 추산하고 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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