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반대에도 결국 김부겸 총리 가능성 시사
소상공인 지원 확장 재정, 금리·물가 상승 우려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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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증액 요구에 버티던 정부가 여야 합의를 전제로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나랏빚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불어날 전망이다.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에서 오는 3월 대선 후 2, 3차 추경까지 편성되면 재정 건전성, 대외 신인도가 흔들릴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금리와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랏빚 증가 속도 무서운데, 결국 추경 증액하나=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보증하는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은 지난해 11월 1300조원을 돌파해 2021년 2월 1200조원을 넘어선 뒤 단 9개월 만에 100조원이 늘어났다.
나랏빚 증가 속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국채·특수채 발행잔액은 지난 2016년 2월 900조원을 넘어선 후 2019년 3월 1000조원을 돌파하기까지 37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2020년 5월 1100조원까지는 14개월, 2021년 2월 1200조원 및 같은 해 11월 1300조원까지는 각각 9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가 추경 증액에 합의해도 반대한다며 버텼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여야 합의를 전제로 추경 증액 가능성을 시사하며, 재정당국은 또 다시 코너에 몰리게 됐다. 김 총리는 세출 구조조정 등을 언급했지만, 여야가 주장하는 35조~50조원 수준까지 증액하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 34조3000억원, 2020년 60조2000억원, 2021년 96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이번 추경으로 인한 적자국채를 포함해 2022년 1075조원을 넘어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초에 추경을 하는 것도 모자라 증액까지 하는 건 정치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크다"며 "국가채무 부담 증가로 국가 신인도, 재정 건전성에도 무리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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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물가·환율 자극 '추경의 그림자'=문제는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 등 확장 재정이 금리, 물가 등의 도미노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정부의 잇따른 추경이 맞물리면서 국채금리가 뛰고, 전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코로나19 첫 추경안이 확정된 지난 2020년 3월17일 연 1.03%에서 이달 4일 2.19%로 1%포인트 넘게 뛰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사상 첫 '1월 추경'인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 중 11조3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시중에 국채 물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국채금리는 오르게 된다. 국채금리는 또 다시 대출금리에 영향을 줘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의 자금조달 악화로 이어진다.
물가가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째 3%대를 유지하는 등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서민 생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보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에 가중된다"며 "정부 이전지출의 소득불균형 보전 효과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일정부분 상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유동성을 회수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돈을 푸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어 한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형국"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선심성 돈 풀기가 물가, 금리를 자극하고, 한은은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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