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대학 캠퍼스의 지난달 모습.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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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기숙사를 볼모로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전국 주요 대학에서 2022학년도 1학기 기숙사 입사생 모집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청자 자격을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로 제한하는 사례가 많아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패스 적용을 둘러싼 법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백신 미접종자라도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인정해주는 정부 방침과는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개인의 자유권과 주거권, 학습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는 한편, 학교 측은 확진자 폭증 사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연세대는 지난달 27일 신촌캠퍼스 생활관 입사 안내문을 공지하고 "2022학년 입사자격은 백신 패스제도 시행으로 2차 접종완료자만 신청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의 지원 자격에는 '재학생 중 백신 2차를 1월 12일 이후 접종 완료한 자'라는 요건이 포함돼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정부24 또는 질병관리청에서 발행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연세대 송도캠퍼스 기숙사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새내기 신입생 중 백신 미접종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미접종자라서 친구도 못 사귀는 것 아닌가" "송도에서 자취를 해야하는지 고민 중"이라는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숙사 조교생(RA) 자리를 코로나19 백신을 안 맞았다는 이유로 박탈당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RA(Residential Assistant)는 통상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를 관리하는 사감 역할을 맡는다.
이번 학기 연세대 기숙사에서 RA로 선발된 A씨는 "RA를 뽑고 난 뒤 미접종자는 기숙사에 입사할 수 없다는 지침이 정해졌다"며 "뒤늦게 선발이 취소된 동료들이 여럿 있으며 백신 접종 의사가 없는 학생은 그만두기까지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신 3차 접종을 마치지 않은 RA 합격생들은 학교 방침에 따라 부스터샷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말 서울 대학가에서 오미크론 확산세가 불거지며 한 대학캠퍼스 내 일부 건물 출입구가 폐쇄된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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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학교 측은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세대는 백신 접종자만을 상대로 기숙사 입사를 허용하는 규정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방침이다. 연세대 RC 교육원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다른 방안을 찾아보려고 회의도 거쳤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대안이 없었다"며 "선발 취소된 RA학생의 빈자리는 후보자 명단에서 최대한 충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중앙대는 최근 복학생, 전과생 대상의 기숙사 합격자 제출서류로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서'를 포함시켰다. 중앙대 측은 "의학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는 학생에 한해 보건소에서 발급한 '예외확인서' 제출하면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도 "해당 학생들은 특정 건물동에만 입주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숙명여대도 지난달 말 학생생활관 재학생 입사 모집에서 예방접종증명서를 제출서류로 명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 원광대학교는 최근 1학기 기숙사 신입생 지원자격에 방역패스를 의무화하고 PCR 음성확인서도 인정해주지 않겠다고 밝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측은 "향후 모든 학기(여름,겨울방학 포함)에 이 같은 자격이 동일 적용될 예정이므로 백신패스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게 3차 접종을 꼭 실시하라"고 까지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로부터 항의가 이어지자 학생생활관 운영관리과 측은 "기숙사 내 화장실, 샤워실이 공용공간이라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년도 원광대 신입생 김 모씨는 "학교가 지방에 있어 기숙사가 아니면 가격이 두 배는 비싼 원룸에서 지내야 한다"며 "학생들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정부의 백신 접종 방침에 따라 N차 접종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고보현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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