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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러, 우크라 공격하려 가짜영상 제작" 美 폭로한 '은밀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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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펜타곤에서 언론 브래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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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할 계획을 세운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국자들은 조작된 선전용 비디오로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해당 정보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매우 생생하고 정교한 선전용 비디오를 조작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비디오의 주된 내용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 영토나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성향 분리주의자를 공격하는 것으로, 시체와 폭발 장면, 파괴된 건물, 슬픔에 잠겨 러시아어로 애도하는 조문객의 이미지가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는 배우를 동원한 이 비디오를 조작·유포해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집단학살 행위’에 분노하게 만들고, 러시아의 침공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를 공격하는 데 사용한 무기의 일부를 서방이 지원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정당성을 희석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러시아의 계획에 대해 공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자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와 출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정보원의 신상 보호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증거 제공을 거부하면서도 “미국은 정보에 확신이 있을 때만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답했다.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해당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WP는 러시아가 이전부터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인을 악마화하는 거짓 정보를 퍼뜨려왔다고 강조했다. 2014년 러시아 국영TV 채널1에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동부 분리주의자들의 세살 아이를 빼앗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을 목격했다고 거짓 주장하는 한 여성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같은 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추락하자, 러시아 국영뉴스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푸틴 대통령의 비행기를 공격하려다 실수로 민항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을 겨냥해 대량학살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해왔다. WP는 “러시아는 허위정보를 통해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인에게 민족주의적 범죄를 자행하는 나치의 동조자로 악마화한 뒤, 박해받고 있는 돈바스 지역 러시아인을 구조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입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와 명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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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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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이번 가짜 비디오 작업에 러시아군 정보총국(GRU)이 깊이 관여돼 있다”며 “작전이 실행된다면 지난해 11월부터 소셜미디어나 국영 언론사를 통해 추진해온 사이버전의 확장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줄리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가 거짓선동과 기만술로 군사 공격의 구실을 찾는 전술을 수없이 봐왔다”고 말했다.

에이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은 이날 가짜 비디오 관련 정보를 의회에서 브리핑했고, 동맹국과도 공유했다. 영국 정부는 “해당 정보를 자체 분석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구실을 만들고 있다는 높은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은밀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명백하고도 충격적인 증거”라며 “민주적인 주권 국가를 향해 이처럼 불순한 의도의 공격을 자행하는 것은 결단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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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훈련 중인 러시아와 벨라루스 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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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 침공’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미국은 매번 아무 증거도 내놓지 않고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이 루마니아·폴란드·독일에 미군 3000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유럽에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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