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감시단체, 이란의 선동조직 소행으로 의심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것처럼 합성한 사진.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이 '앙숙' 관계인 이스라엘의 정치 종교적 분열을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이용한 사이버 선동전을 펴고 있다고 BBC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가짜뉴스 감시단체인 페이크 리포터(https://fakereporter.net/)에 따르면 이란의 가짜뉴스 선동 조직으로 의심되는 세력이 페이스북 등 다수의 SNS 채널을 통해 이스라엘의 종교 정치적 분열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유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극우세력을 지지하는 초정통파 유대교도 뉴스 그룹을 가장한 이 단체는 '절대적으로 독실한'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약칭 '아둑'(Adu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들이 SNS 채널에 올리는 가짜뉴스는 이스라엘 우파를 자극하는 내용이 주류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합성사진에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는 메시지를 단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중도 및 좌파 성향 소수 정당들을 끌어들여 연립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우파 정치인인 베냐민 네타냐후를 밀어낸 베네트 총리에 대한 우파의 증오를 부추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스라엘의 극우 의원이 팔레스타인 주차장 직원에게 불만을 품고 총기를 꺼내 들었던 장면이 담긴 영상을 다시 게시하면서 "머리에 총알을 박지 않은 것이 수치"라는 메시지를 추가하기도 했다.
페이크 리포트는 이런 게시물들이 공포와 증오, 혼란을 증폭시킴으로써 종교전쟁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이는 이 조직은 지난해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11일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 내 유대교도와 아랍계 주민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이후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은 이들 조직의 계정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페이크 리포트는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안보 소식통은 이들의 활동 양상이 과거 이란 사이버 조직들의 활동과 유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초정통파 유대교도 집단 거주지에 있는 것처럼 꾸민 가짜 빵집이나 이미 사망한 유대교도의 이름을 도용해 SNS 프로파일을 만드는 것 등이 이란의 배후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BBC는 이 조직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으나 응답하지 않았고, 영국의 이란 대사관 측도 언급을 피했다고 전했다.
페이크리포터의 아치야 사츠 대표는 "이스라엘 내 유대교도와 아랍계의 관계가 역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 5월 이후 이들 조직의 활동이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사이버 국장을 지낸 에레즈 크레이머는 "전문적이지 않지만,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사이버 전쟁의 주요 목표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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