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나토 가입해 크림 공격시 전쟁 불가피”

[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고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는 나토와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나토는 안전보장과 관련된 러시아의 근본적인 요구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미국과 나토로부터 받은 서면 응답에서 나토 확장 금지,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의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내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등 러시아의 주요 세 가지 요구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7년은 러시아와 나토 간 기본 조약이 체결된 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독트린 문서에는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크림 반도를 탈환할 계획이라고 적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어 폴란드와 루마니아처럼 무기와 최첨단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다면 크림반도에서 작전을 개시하는 걸 누가 막을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크림반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는 나토와 싸울 수밖에 없다는 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나아가 미국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할 목적으로 러시아를 전쟁에 끌어들인 뒤 유럽 동맹국들에게 강력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킨 뒤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고 극우민족주의자들로 하여금 돈바스나 크림반도를 공격하도록 유도해 러시아를 무력 분쟁에 휘말리게 할 수도 있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자체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관련 긴장 해소를 위한 서방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비록 쉽진 않겠지만 우리는 결국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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