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샬럿 벨리스 전 알자지라 기자(오른쪽)와 아이아빠 짐 하일러브록.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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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미혼 임신부에게 안식처를 제공한다고 하면 당신의 상황은 정말 엉망진창인 것이겠죠."
자국의 꽉 막힌 방역정책 탓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몸을 의지할 처지가 됐다며 이같이 탄식했던 뉴질랜드 여기자가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귀국하게 됐다.
1일 AP·AFP통신에 따르면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기자 출신인 샬럿 벨리스가 이날 성명을 통해 "다음 달 초에는 조국 뉴질랜드로 돌아가 딸을 낳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결정이 일회성에 그쳐 아쉽다며 해외에서 임신한 뉴질랜드 국민에게는 귀국할 통로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정부가 기존 조치를 뒤엎고 벨리스에게 예외적으로 입국자 격리용 호텔 이용을 허용한 덕분이다. 뉴질랜드 당국은 앞서 벨리스의 예외 적용 신청을 불허했지만, 그의 사연이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비판여론이 커지자 그가 재차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부총리는 비판 여론 때문에 결정을 바꾼 것이 아니라면서도 "벨리스의 상황을 다시 평가한 후 격리 시설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취재하던 벨리스는 알자지라의 본사가 있는 카타르 도하로 돌아간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현재 임신 25주 차다. 하지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카타르는 미혼 여성의 임신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알자지라를 그만둔 뒤 아이 아빠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짐 하일러브록의 고향 벨기에로 향했지만, 비자 문제 등을 이유로 그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결국 고향 뉴질랜드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엄격한 방역 통제조치 탓에 벨리스가 뉴질랜드에 낸 긴급 귀국 신청이 거절되며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됐다. 뉴질랜드에서는 입국 후 10일간 격리용 호텔에 격리돼야 하는데, 수용 인원이 한 달에 약 800명에 불과하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벨리스가 궁여지책으로 접촉한 것은 탈레반 고위 관계자였다. 탈레반 측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출산이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9일 '뉴질랜드헤럴드'에 탈레반에 의탁해야하는 자신의 상황을 알렸고, 논란이 확산했다.
한편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 정권을 잡은 뒤 여성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등 여성 인권을 탄압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여성의 등교·출근을 조금씩 허용하는 등 유화 정책을 펴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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