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7·여)씨는 설날 연휴 동안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씨는 “작년까지는 명절 전날과 당일만 할증이 붙었다. 올해는 연휴인 3일(30,31,1일) 내내 1000원씩 할증을 붙인다고 하더라”며 “배달을 쓸 바엔 차라리 쉬는 게 나을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어제 들어온 배달 중 한 건은 배달비가 9200원이 나왔다. 배달이 5건 들어오면 1~2건은 배달비가 비싸 양해를 구하고 취소한다. 배달 4건에 배달료가 3만원이 나간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만, 지난해까지 배달료가 4000~5000원이었던 곳의 경우, 올해 초 배달료 상승과 거리에 따른 요금 책정으로 8500~9000원까지 올랐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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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취소 요청까지…“영업 쉬어야 하나” 한숨
배달비 때문에 설날 영업을 고민한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명절에 배달 기본요금이 추가되는 이른바 ‘명절할증’은 지난해에도 있었지만, 올해 초 수도권을 비롯한 다수의 지역에서 배달 기본요금이 이미 500~1000원가량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거다. 거리와 날씨 등에 따라 할증이 추가될 수 있어 ‘배달비 공포’는 더욱 커졌다고 한다. 특히 이번 설날 당일에는 서울 등 중부지역에 눈 소식까지 예상돼 “강제로 휴무하게 생겼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설을 앞두고 일부 지역의 배달대행 업체에서 명절할증을 공지했다. 지역과 업체별로 다르지만, 다수의 업체들은 설날 당일 1000~1500원의 할증이 붙었다. 설날 당일 뿐 아니라 앞뒤 연휴에 700~1000원씩 할증이 붙는다는 곳도 있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강제휴무다. 배달대행이 갑이다” “명절할증에 날씨할증까지 붙어 영업을 쉬어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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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자구책 “손님과 반씩 나눠 부담”
지난해 7월 13일 서울 강남구 본도시락 삼성점에서 배달 기사가 점심시간에 맞춰 주문된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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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20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온 안모(65)씨는 “설 연휴에 쉴 계획이다. 배달료가 오르면 자영업자들이 더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데, 손님에게 전가하면 주문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배달을 안 시키고 손님이 직접 매장에 와 포장하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31)씨는 “가뜩이나 배달료가 비싼데, 설날 할증까지 붙으면 주문할 수 있는 매장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식사 재료를 미리 사다 놔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명절에 영업하기로 결정한 자영업자들은 자구책을 찾는 실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명절할증을 공지하고 배달료도 그만큼 똑같이 올린다”는 의견부터 “고객에게 500원을 받고 우리가 500원을 내 충당할 것”이라고 한다. “설 당일 일부 배달대행 업체들이 쉬어서 영업을 쉬어야 할지 고민이다” “배달료가 부담돼 영업하지 않고 쉬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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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배달 증가…배달업체 “인원 적어 할증 불가피”
28일 배달대행 업체 등에 따르면 명절 연휴 간 배달 음식 주문량은 평소(전월 같은 요일 대비)보다 많게 집계된다고 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이 심해져 현재 배달 주문량 등 데이터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명절 기간 배달 주문량은 평소보다 많은 편”이라며 “주문은 많이 들어오는데 쉬는 날이라 평소보다 라이더 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할증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라이더 수 부족’이 배달료 인상의 근원이라 설명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배달 수요는 증가하는데 배달원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라면서도 “모니터링 결과 일부 음식점들에서 오른 배달료만큼 음식값을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각각 내는 배달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배달료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라이더 수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소비자의 배달 의존도 행태도 같이 줄여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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