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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 이중철갑 탱크도 박살낸다…우크라 구할 은밀한 무기 셋 [이철재의 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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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트래비스 기지와 델라웨어주 도버 기지에서 미 공군이 B757에 화물을 실었다. 록히드마틴의 대전차 미사일인 FGM-148 재블린과 기타 보급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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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이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B767 화물기에 싣고 있다.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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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 합병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는 54억 달러(약 6조 3960억원) 이상의 군사 원조 중 하나다. 미 공군은 앞으로 이 같은 수송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우크라이나 중서부 2곳의 공군 기지에 항법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다윗’ 우크라이나와 ‘골리앗’ 러시아의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면서 미국 등 서방권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국가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로 파병하긴 쉽진 않다.



우크라이나의 팔을 쉽게 비틀 수 있는 러시아



그렇다고 마냥 지켜볼 수만 없는 상황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강제로 합병할 때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미국과 나토였다. 콧대가 높아진 러시아는 크림 반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동부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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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우크라이나와 ‘골리앗’ 러시아의 군사력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자 미국과 나토는 이번만큼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차는 너무 크다. 러시아는 미국 다음가는 핵 강대국이다. 러시아는 재래식 전력도 엄청나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크림 반도 사태 때 전력의 상당수를 잃은 뒤 복구하지 못했다. 경제난과 부패 때문이다. 1000달러도 안 되는 월급 때문에 공군 전투기 조종사 상당수가 전역해서야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랴부랴 급여 인상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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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3면 포위한 러시아군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로한 컨설팅·뉴욕타임스]



우크라이나는 또 3면에서 러시아로부터 포위됐다. 러시아와의 국경인 동부는 물론 러시아에게 빼앗긴 크림 반도에 러시아군이 집결하고 있다. 북부인 벨라루스와의 국경에도 러시아군이 연합훈련을 핑계로 모여 있다.



러시아의 속전속결 vs 우크라이나의 지연전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우크라이나의 팔을 손쉽게 비틀 수 있다. 박찬준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위원은 ”러시아는 탱크와 공격헬기를 앞세워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를 재빨리 점령한 뒤 친러 정권을 세우는 속전속결 전략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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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육군의 자주포 부대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근처에서 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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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우크라이나가 마냥 절망할 수는 없다.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다. 러시아는 전력이 모자라 방방곡곡에서 병력과 부대, 장비를 끌어다 오고 있다. 장기전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또 무력 분쟁이 일어난다면 서방권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때릴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러시아 경제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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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정부군과 의용군이 러시아군 침공에 대비해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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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 위원은 “우크라이나는 키예프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지역에 강력한 방어망을 쌓은 뒤 러시아의 발목을 잡으면서 시간을 끌려고 할 것”이라며 “국제 사회의 여론이 나빠지고,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면 러시아서도 감당하긴 힘들다”고 예상했다.



러시아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재블린



우크라이나의 지연전 성공 여부는 서방제 3종 무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약점을 메워주면서, 러시아에게 골칫거리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마치 다윗의 돌팔매가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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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재블린 발사 훈련. 우크라이나군 페이스북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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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이 부지런히 나르고 있는 재블린은 발사기를 포함한 길이가 1.2m에 무게는 22.3㎏의 대전차 미사일이다. 목표물을 조준해 발사만 하면 미사일이 알아서 타격하는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이다. 탱크가 피해도 재블린이 따라간다.

대전차 미사일 등 대전차 화기는 보통 발사 후 후폭풍이 거세다. 발사기 뒤 사람이 있다면 크게 다친다. 후폭풍은 적에게 아군의 위치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재블린 미사일은 발사 후 4m 정도 튕겨진 뒤 재점화해 날아간다. 이 때문에 후폭풍이 거의 없다.

사정거리도 길고, 600㎜ 두께의 장갑도 뚫는다. 높은 곳에서 탱크에서 취약한 상부를 떨어져 공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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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랫 아머를 단 러시아 탱크. 마이클 코프먼 트위터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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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한 발당 8만 달러 나가는 비싼 가격과 30초 정도의 긴 조준 시간이 흠이다. 그래도 기갑전력이 러시아에게 열세인 우크라이나로선 재블린은 단비와 같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국경과 크림 반도에서 러시아 육군의 탱크의 상부엔 슬랫 아머를 단 모습이 보였다. 슬랫 아머는 대전차 화기로부터 기갑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는 철창형 장갑이다.슬랫 아머 탑재 탱크에 대전차 화기가 닿으면 탄도를 흐트러뜨리거나, 적탄을 찌그러뜨리거나, 운동에너지를 뺏어가 관통력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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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슬랫 아머를 단 탱크를 상대로 재블린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발사 전 탱크. 우크라이나군 페이스북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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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슬랫 아머를 단 탱크를 상대로 재블린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파괴된 탱크. 우크라이나군 페이스북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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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2월 재블린으로 슬랫 아머 탑재 탱크를 파괴하는 훈련을 벌였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비디오에 따르면 재블린 2발을 쏴 1발은 놓쳤지만, 나머지 1발로 슬랫 아머 탑재 탱크를 부쉈다.



러시아와 40년 전 악연으로 만난 스팅어



영국은 18일 군수품을 가득 실은 C-17 전략수송기 2대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핵심은 1000발의 NLAW다. 차세대 경(輕) 대전차 무기(Next generation Light Anti-tank Weapon)의 약자인 NLAW는 주전차 경(輕) 대전차 무기(MBT LAWㆍMain Battle Tank and Light Anti-tank Weapon)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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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쿠라이나군이 장갑차에서 NLAW를 발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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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스웨덴이 공동 개발한 NLAW는 길이 1m, 무게 12.5㎏의 대전차 미사일이다. 재블린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훨씬 더 가볍고 값도 싸다. 유효 사거리는 최대 600m다. 단 1회 발사 후 재사용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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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네티즌이 트위터에 올린 NLAW 환영 트윗. 비틀스의 'All We Need is Love'에 빗대 만들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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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네티즌은 영국 출신의 전설적 밴드인 비틀스의 명곡인 ‘All You Need Is Love’를 빗대 ‘All We Need is NLAW’라는 패러디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발트 3국 중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는 지난 21일 미국제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FIM-92 스팅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스팅어는 1981년부터 실전배치한 미사일이다. 이후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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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아프가니스탄 반소 게릴라인 무자헤딘 전사가 미국제 스팅어 미사일로 구 소련의 항공기를 조준하고 있다. Rare Historical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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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스팅어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무자헤딘 반군에게 최소 500발 이상의 스팅어를 넘겨줬다. 미 육군의 보고서에 따르면 무자헤딘은 89년 소련군이 철수할 때까지 340번 교전에서 269대의 소련군 항공기를 격추(격추율 79%)했다.



기싸움으로 담판 지으려는 러시아



반면 우크라이나가 친러시아 반군을 상대로 큰 재미를 본 터키제 무인기(UAV)인 바이락타르 TB2는 러시아에겐 별 소용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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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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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방공이 센 나라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최신 지대공 미사일인 S-400과 S-300 V을 증파했다. 이들 지대공 미사일은 항공기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다.

야전에선 판치르-S1이 대기하고 있다. 57E7E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12발과 30㎜ 기관포 2문을 갖춘 복합 방공체계다. 중동에선 이스라엘에 판판이 깨졌지만, 러시아는 나름 실전 경험을 쌓았다.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 터키는 판치르-S1과 TB2로 싸운 적 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시리아에서 터키는 무인기를 동원해 러시아제 대공방어 자산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지만,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면서 터키 무인기의 효과가 급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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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그롬. 유즈노예 설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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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을 받아 만든 그롬-2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11~50㎞ 고도에서 회피기동을 하며 날면서 원형 공산 오차(CEPㆍ10발 공격했을 때 5발이 들어가는 원의 반지름 길이)는 5~15m이다.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와 비슷한 미사일이다.

최현호씨는 “유사시 러시아의 후방 병력 집결지와 보급 기지를 타격할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실제로 싸울지 아직 불분명하다. 협상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가 기싸움을 벌여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미국과 무력 충돌은 러시아도 부담스럽다. 담판을 짓는 걸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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