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거론, 제주선 반대 많고 신공항에 밀려
섬 고유 정체성 사라지고 체류관광 악화 우려도
호남-제주간 고속철도 구간 위치도/뉴스1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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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또 해저터널(해저고속철도)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제주와 내륙을 잇는 해저터널이 대선정국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유력 대선 후보와 여당이 해저터널을 전남권 대선공약으로 추진하면서다.
그러나 해저터널의 재조명에 도민사회에서는 기대감보다는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에서도 그동안 해저터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공항(또는 제2공항)을 비롯한 '공항 인프라 확충'이 대세론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제주에서만큼은 이미 '해저'로 가라앉은 공약이라는 것이다.
도민들도 제주보다는 전남권을 위한 공약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강하다.
해저터널 공약은 언제 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길고 긴 제주와의 악연(?)을 되짚어본다.
유라시아해저터널 외부 전경(SK건설 제공)©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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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전남측 제안으로 공동 추진했지만…
제주~전남 해저터널이 처음 제기된 건 2002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에서지만 제주에서 첫 등장은 2007년 7월이다.
당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전남 해저터널 계획을 함께 추진하기로 발표한데 이어 9월에는 정부에 공동 건의문을 제출한다.
같은해 10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교통수요와 가용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수용하기 곤란하다"라고 회신했고 제주도 역시 충분한 검토없이 추진했다고 인정했다.
2008년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은 '제3차 녹색성장세미나'에서 해저터널 구상안을 발표한다.
당시 구상안은 목포~해남~보길도~추자도~제주까지 잇는 총 167㎞(해저터널 73㎞)구간이였다. 해저터널 구간은 일본 세이칸 해저터널(23㎞), 프랑스(38㎞)의 2~3배 이상이다.
해저터널에 도민사회가 가장 관심이 쏠린 시기는 2010년이다.
국토해양부가 제주~전남 해저터널 타당성 조사 용역을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의뢰한 것이다.
해저터널 사업계획은 시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당시 타당성 조사를 한 기준으로 보면 사업비 20조813억원, 사업기간 14년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다.
타당성 조사팀은 연간 이용객을 1200만명 이상으로 예측했지만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분석 결과, 0.71~0.78로 경제적 타당성 기준치인 '1'에 미치지 못했다. 경제성이 낮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 최대 수심 160m 인 추자~제주 구간은 고수압으로 공사는 물론이고 운영 중에도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 함덕 해변(뉴스1DB)©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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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정체성 훼손될까 우려"
이후에도 해저터널은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였지만 도민들은 반대 목소리가 컸다.
2015년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추진을 발표한 뒤에는 사실상 눈밖에 난 공약이됐다.
원희룡 전 지사도 지사 시절에 해저터널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고 제주도 역시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에 제2공항 추진이 우선이라는 종전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민들은 왜 해저터널을 반대할까.
제주발전연구원(현 제주연구원)이 2012년 10월 발표한 '제주 해저고속철도의 신중한 검토 이유'라는 연구보고서를 보면 도민들의 반대 이유를 읽을 수 있다.
우선 섬 고유의 정체성이 파괴될 수 있다.
터널이 연결되면 제주도는 내륙화돼 세계적인 수준의 자연환경과 섬이라는 정체성이 약화돼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게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해저터널로 교통접근성이 향상되면 제주는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 관광지가 돼 체류형 관광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연구원은 해저터널보다는 신공항을 건설하는 쪽이 제주에 더 이익이라고 결론내렸다.
물론 해저터널에는 단점만큼이나 장점도 분명 존재하고 필요성도 인정된다.
다만 도민들은 상대적으로 지역세가 약한 제주도가 중앙정치권의 셈법에 휘말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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