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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중국은, 왜] 아프간 '황망' 철수의 부메랑…우크라이나ㆍ대만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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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푸틴ㆍ시진핑, 미국 패권질서 재편 도전장"

우크라이나 사태, 대만 노리는 중국에 풍향계

핵무장 국가들간 전면전ㆍ국지전 쉽지 않아

표면상 으르렁…主전선은 물밑 첨단기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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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성화 봉송 장면을 화면으로 관람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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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칠 지, 아니면 엄포에 그칠 지 공방이 한창입니다. 최근 중ㆍ러가 밀착관계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가 찬물을 끼얹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반대편에선 국지전은 그런 틈새를 노려 전광석화로 끝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논쟁이 팽팽할수록 시장은 얼어붙습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죠. 설 명절을 앞두고 우리 증시도 눈치보기가 극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명절 기간 우크라이나 방어에 이해가 걸린 미국과 러시아의 수싸움이 어떻게 전개될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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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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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의미심장한 기사를 한 건 올렸습니다. FT의 국제관계 수석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라흐만이 쓴 장문의 기사인데 제목이 거창합니다. 24일자 기사입니다. '신(新) 세계질서를 향한 러시아ㆍ중국의 야심(Russia and China's plans for a new world order)'. 요지는 간단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흔들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러ㆍ중의 공동 투쟁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패권의 일극체제에 대한 중ㆍ러의 연합 도전이라는 컨셉인데, 지난해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겁니다.

러시아는 카불이 탈레반에게 함락된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만큼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동풍이 서풍을 제압한다” 등의 표현을 쓰며 미국의 일극체제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극체체가 흔들리자 이 틈을 비집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이념적 결속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중ㆍ러가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반미 코드로 접점을 찾은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을 구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의 자유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 등의 가치 공세 앞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환경의 특수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냉전시대 공산블록 차원의 이념적 연대에 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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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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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세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즉각 경제제재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자 무역대국인 중국의 존재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의 메이저 고객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뒤에서 받치는 중국도 계산이 복잡합니다. 대만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 침공을 공언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얼마나 어떻게 개입하는지 시금석으로 삼고 대만 침공의 득실을 계산할 겁니다. 미국도 이런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흑해 북부에 독자적인 세력권을 구축하는데 성공한다면 중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관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건은 국지전입니다.

공포의 핵균형이 작동하고 있는 현 세계질서 속에서 미ㆍ중, 미ㆍ러가 정면 대결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국지전을 통해 서서히 미국 중심 체제의 하부를 해체해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일극체제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자 풍향계라는 게 FT의 주장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크라이나에서 밀리면 대만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전략 가치가 다른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이 양보를 할 가능성도 별로 없지만 우크라이나 방어와 대만 방어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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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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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미 7함대의 작전권역인 하와이(서태평양)~아라비아해(동인도양)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한다면 7함대 작전권역이 양쪽으로 쪼개집니다. 이 경우 7함대의 작전권역은 인도양과 하와이선까지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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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 해협. 해남도 싼야 잠수함 기지의 중국 전략핵잠수함은 바시 해협을 통과해야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 〈그래픽=익스프레스 다이제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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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중국 수중에 떨어지면 단순히 7함대만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가 위험에 노출됩니다. 중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거점인 해남도에서 태평양으로 나오는 루트에 바시 해협이 있습니다. 여기를 막아야 미국은 중국의 바닷속 핵보복 공격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 해협에 대한 제해권을 쥐고 인민해방군 잠수함이 나오지 못하도록 틀어 막아야 하는데,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장악할 경우 태평양으로 가는 앞마당이 열리는 겁니다. 이렇게 미국으로선 사활적 이익이 걸린 요충지가 대만입니다. 미국으로선 총력을 기울여 방어해야 하는 안보의 축선입니다.

미ㆍ중이 서로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메시지와 신호를 어지럽게 주고 받으며 기싸움을 벌이겠지만 실제로 맞붙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실제 행동 여부와 개입 폭을 놓고 중국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러시아도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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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러시아 로스토프 훈련장에서 러시아 육군의 주력 전차 T-72B3가 동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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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고 물리는 국제정치는 복마전에 가깝습니다. 전면전은커녕 강대국간에는 국지전도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국지전 가능성보다 좀더 가능성이 큰 충돌은 첨단기술 분야가 될 겁니다. 4차산업혁명 분야의 총아인 AI와 빅데이터, 양자컴퓨팅 기술과 이 분야를 돌리는 고성능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 각축이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하나로 융합된 세계 공급망이 다시 분리되기 시작했고 첨단 기술은 미국과 중국 블록을 가르는 단층선이 될 겁니다. 기술 공급망을 지렛대로 미중의 세불리기가 본격화되면 선택의 여지가 좁아집니다.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 분리 시대를 겨냥한 국가 과학기술 전략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2022대선이 임박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시대의 격변은 지금,우리에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 지 묻고 있습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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