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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은 사기였다 [朝鮮칼럼 The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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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시대적 사명 완수” 자화자찬했지만

검·경·공수처 3角 체제 정권수사 뭉개거나 野 공격에 집중

이러려고 ‘검찰개혁’했나

요즘 여권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미완으로 그쳤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 180석을 갖고 원하는 입법은 다했고 검찰 요직을 친정권 검사들로 싹 채워 넣고도 성에 차지 않는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 근거도 황당하다. 아무리 제도를 바꿨어도 ‘조국 일가’ 수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1년 5월 3일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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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원전 비리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정치 검사’로 매도해 검찰 전체를 악마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 공격의 최종 목표는 ‘윤석열’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검찰 집단의 ‘악마성’이 응축돼 있다는 말도 한다.

대선 국면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사(修辭)라면 이해가지 않을 바도 아니지만, 문제는 그들이 진심(眞心)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조국 수사’를 향한 그들의 공격은 정말 맹목적이다.

검찰이 감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했다는 주장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문파들조차 ‘조국 수호’를 외쳤던 것을 후회하는데 그들의 인식은 한결같다. 그러나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지, 대통령 인사권을 수호하는 조직이 아니다. 대통령 인사권을 수호하는 검찰이라면 정권 친위대일 뿐 더 이상 검찰도 아니다.

대법원이 지난 27일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함으로써 ‘조국 일가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거의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권이 다급해지면 ‘조국 수호’로부터의 출구 전략도 논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을 더 장악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이들의 주장을 굳이 상기시킨 이유는 그들이 현 정부 ‘검찰 개혁’을 주동했고 그들의 황당한 생각이 ‘검찰 개혁’의 허구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검찰 개혁’은 2020년 1월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그에 앞서 2019년 12월 30일에는 공수처 설치법안이 처리됐다. ‘검찰 개혁’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믿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었다. 청와대는 “검찰 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2년 만에 그것은 허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공수처, 6대 범죄 수사권만 가진 검찰, 수사 권한을 대거 넘겨받은 경찰, 이 삼각(三角) 체제가 노골적으로 정권 보위에 기여하는 현상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작년 2월 한동훈 검사장을 인터뷰했을 때 그는 검찰권 분산이 필요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식 ‘검찰 개혁’은 대한민국이 쌓아 놓은 반(反)부패 역량을 ‘드라마틱하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의 상황은 ‘약화’ 정도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수사받을 사람들을 돕는 수준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사건’ 부실 수사의 휴유증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과거 정부의 검찰은 의혹 사건이 터지면 그래도 파고들어가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지금 ‘김오수 검찰’은 ‘몸통’의 주변도 건들려 하지 않는다. 공직자의 직무유기도 심각한 범죄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놓고 성남지청에서 벌어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친정권 지청장의 행태를 보면 다른 의혹 사건 처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경찰대로 ‘성남FC 의혹’ 사건을 무혐의 종결하는 등 알아서 누워 버렸다. 수사에 의욕을 보이는 듯하다가 성남FC 구단주로 의혹의 당사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해지자 달라졌다. 성남지청 검사들은 경찰 수사 기록 곳곳에서 수사 미진의 흔적을 찾았다고 한다. 그것은 경찰에 쌓여 있는 다른 사건에서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수처는 출범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비판에 몰려 있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우선 수사 권한과 판·검사 비리에 대한 기소권까지 가졌음에도 직접 인지한 사건은 전무했다. 정치인과 기자, 학계, 시민단체 등 무차별적 통신 자료 조회는 공수처의 언론관과 인권 의식의 천박성을 보여줬다. 어쩌면 공수처가 수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윤석열 입건 사실을 공개하며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제보자가 그려준 그림대로 공수처가 수사하다가 이미 산으로 갔다.

지난 2년간 의미 있는 권력형 비리 수사로 기소된 고위직이나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누구누구가 해 먹고 있다’는 말이 우리 주변에 무성한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사정기관 마비가 이 정부의 ‘검찰 개혁론자’들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과 증거는 차고 넘친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대국민 사기였다는 얘기다.

[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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