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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의눈]국민연금, 카뱅-카페 이어 LG엔솔까지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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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코스피 팔고 대형 공모주 '올인' 과연 옳은가

유연성 없는 기계적 매집전략에 수익률 하락…증시에도 부정적

뉴스1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회의장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1.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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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장면 1. 2021년8월6일 카카오뱅크가 상장했다. 상장 첫날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3만9000원보다 78.97% 상승한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은 카카오뱅크를 1438억원어치 샀다. 카카오뱅크는 이후 8월 말까지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8만3900원까지 올랐다. 그사이 연기금은 한달내내 순매수를 이어가며 매수액을 5419억원까지 늘렸다.

장면 2. 2021년11월3일, 이번엔 카카오페이가 상장했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첫날 공모가 9만원에서 114.44% 급등한 19만3000원을 기록했다. 이후 한달간 23만8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연기금은 상장 첫날 2356억원을 시작으로 한달간 4993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조단위 공모규모를 자랑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권으로 직행하며 곧바로 코스피200 지수에 조기편입됐다. 연기금 입장에서는 어차피 편입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주식인 만큼, 상장 직후 외국인들이 단기에 던지는 물량을 최대한 받아내며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의 이같은 수급에 힘입어 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하락장'을 맞이했을 때다.

대한민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상장 첫날인 지난 27일, 국민연금과 연기금은 지난해 IPO 대어들이 상장할 때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이날 연기금의 LG엔솔 순매수 총액은 2조1060억원에 달한다. 약 400만주를 사들였다. 연기금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가 1조2231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엔솔 한 종목을 집중 매수하고 삼성전자(-1777억원), SK하이닉스(-604억원), 네이버(-184억원), 카카오(-171억원) 등 나머지 코스피 종목은 매도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연기금의 투자 방식이 장기 가치투자이기 때문에 우량기업의 상장 후 최대한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확보하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코스피는 이번주 2824선으로 시작해 24일 2800선이 무너지고 27일엔 2700선마저 붕괴됐다. 28일엔 코스피 주봉 기준 120일선 지지선인 2600선마저 붕괴되며 14개월 전으로 후퇴했다.

이런 가파른 하락장에서 연기금이 이미 20~30%씩 하락한 기존 코스피 대형주를 대량 매도하고 신규 상장해 공모가보다 60% 이상 상승한 LG엔솔을 2조원어치나 사들인 것이다.

LG엔솔 공모에 참여했던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첫날부터 약 280만주를 매도하며 주당 20만원 이상, 총 62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과도 대비되는 대목이다. 연기금은 LG엔솔 상장 첫날 이 회사 주식을 평균 52만6000원에 샀다. 종가 50만5000원과 비교해 첫날부터 874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국민연금이 비싸게 사 준 셈이 됐다.

물론 국민연금이 LG엔솔에 대해 중장기 가치가 주당 70만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의 2차전지 기업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현대차증권은 보고서에서 LG엔솔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2023년 목표주가로 64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LG엔솔이 비교그룹으로 삼은 경쟁사 CATL과 견줬을때 주가가 51만원을 넘기면 CATL보다 비싼 주식이라는 평가가 있다. 외국계 증권사 CLSA는 최신 보고서에서 LG엔솔 목표주가를 45만원으로 제시했다.

과연 국민연금과 연기금이 LG엔솔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평가했기에 평균 52만원 수준에서 2조원어치나 사들인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상장 직후보다 급격히 하락해 반토막 이상으로 무너졌다. 카카오뱅크는 28일 장중 4만700원으로 고점(9만4400원)대비 56.89% 추락했다. 카카오페이는 12만6500원을 기록중인데 이 역시 고점(24만8500원) 대비 49.09% 하락한 수치다.

연기금이 두 회사의 주식을 고점 수준에서 집중 매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수익률이 '처참'한 수준이라는 것은 굳이 계산기를 두들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은 중기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을 지난해 말 16.9%로 낮추기 위해 연중 '과매도' 논란이 일 정도로 코스피를 팔아치웠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비중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동학개미들의 원성이 높아져 전략적자산배분(SSA) 허용 범위를 1%포인트 늘렸는데, 이는 장기투자인 연금의 운용원칙을 깨는 일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기자 역시 연기금의 운용원칙에 정치적 논리를 들이대 함부로 원칙을 수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그런데 최근 대형 공모주에 대한 국민연금의 비이성적 매집 행태를 보면 그렇게 강조한 '기금의 장기운용원칙'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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