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군 조교가 정부 지원을 받는 민방위 부대인 국토방위대 대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군사 배치와 훈련이 이어져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민간인 다수가 국토방위대에 자진 합류해 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 키예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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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응이 중국의 대만 통일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행보가 중국의 야심과 대만의 두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 ‘벼랑 끝 전술’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향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2만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강한 압력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사태를 관망하는 듯하지만 중국의 이해는 러시아 쪽에 기울어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가 중시되고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전략적으로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지만 중국의 또 다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가 수렴하는 지점은 미국의 안전 보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있다”며 “중국이 다른 나라를 괴롭힐 능력은 미국이 그들을 구해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에 비례해서 커진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이 이를 저지하는 데 실패하면 중국은 대만을 향해 미국의 안보 약속을 믿을 수 없고 저항이 헛된 것이라는 식의 선전과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크리스 머피 미 민주당 상원 의원은 최근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전개된다면 러시아 군대와 경제가 어떤 타격을 입을지 지켜볼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간 세계가 지켜볼 상황은 대만을 되찾으려는 계획을 가진 중국에게도 매우 유익한 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강도와 효과를 지켜볼 것이며 이는 대만을 향한 군사적 행동이 가져올 잠재적 결과에 대한 바로미터를 중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치나 미국과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상황은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러셀 전 차관보는 “중국이 러시아의 폭력적인 전술을 본보기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신 중국의 특징을 살린 위기 전략,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폴리티코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에 대해서는 ‘대만관계법’을 통해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있는 점을 차이점으로 들었다.
미 후버연구소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대만 프로젝트’ 고문인 카리스 템플맨은 이날 군사전문 온라인매체 워온더락스에 기고한 글에서 대만의 미래를 우크라이나 상황과 연결짓는 분석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에 대응하지 않으면 미국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이는 게으른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은 제한적인 것이지만 대만은 미국과 깊은 이해관계가 있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대만이 가지는 중요성과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존속시켜야 할 필요성 등을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상황을 다르게 보는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또 “세계 무대에서 러시아의 이익과 전략, 전술은 모두 근본적으로 중국과 다르고, 떠오르는 강대국인 중국은 시간이 그들의 편이라고 믿는다”면서 중국은 비군사적 수단에 의존해 양안(중국과 대만)의 현상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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