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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기고]오미크론 대유행과 자연식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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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제 한국도 전염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수천 명 대에서 수만 명 대로 확진자가 폭증할 날이 머지않았다. 이제 확진자 수 통제보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중증 혹은 사망으로의 진행을 줄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백신과 치료제의 코로나19 중증감염 예방률은 종류에 따라 적게는 30%, 많게는 80~90% 수준으로 상당하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면 병원이나 중환자실 입원, 치명률은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공병상이 부족한 한국의 경우 이로인한 의료붕괴 위험이 더 높다. 백신과 치료제를 넘어선 보다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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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모두에게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치명률은 80대 이상, 70대, 60대 각각 14.5%, 4.4%, 1.1%에 달하지만, 50대 이하에서는 0.1~0.3% 수준이다.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중증도나 사망률이 달라진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질환 등이 있을 경우 입원 가능성과 사망 위험이 2~3배로 증가한다. 35세의 젊은 사람이라도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입원률이 만성질환이 없는 75세 이상과 비슷해지고, 사망률은 만성질환이 없는 65세 이상과 비슷해진다. 연령, 만성질환 뿐만 아니라 평소 식습관도 코로나19 중증감염에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여름 코로나19로 대혼란에 빠져있던 미국과 유럽 6개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했던 의료진 288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소에 식물식(plant-based diet)을 실천한 의료진은 그렇지 않은 의료진에 비해 코로나19 중증감염 위험이 73% 낮았다. 반면 평소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단을 실천한 의료진은 식물식 의료진에 비해 중증감염 위험이 3.6배나 높았다. 이런 경향은 일반인 59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채소, 과일 통곡물을 많이 섭취하면서 동물성 식품과 가공식품을 적게 섭취한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도 9% 적게 발생했고, 중증감염 또한 41% 적게 발생했다.

백신의 효과도 건강상태와 식습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흡연을 하거나 복부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으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중화항체가 40~70% 정도 적게 생성됐고, 시간 경과에 따라 항체도 더 빨리 감소했다.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 접종 전 2주간 채소과일을 5분량 이상 의식적으로 먹을 경우 항체 생성률이 2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이유로 2021년 10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는 채소, 과일, 통곡물 섭취를 강조하는 자연식물식을 예방접종의 효과를 증대시킬 긴급 처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백신 및 치료제의 효과와 비교하더라도, 금연과 자연식물식의 코로나19 중증감염 예방효과가 절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식물식은 동물성 식품과, 식용유, 설탕 등 가공된 식물성 식품을 배제한 자연상태에 가까운 통곡물, 채소, 과일, 콩류 등의 식물성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뜻한다.

만성질환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환자들에게 의사가 의무적으로 금연 및 통곡물, 채소, 과일 섭취를 강조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는 것을 코드화해 처방 및 보상하도록 하고, 백신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백신 예약 후 접종 때까지 매일 충분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전자쿠폰을 제공하고, 단체급식에서 현미밥과 샐러드, 과일을 제공하도록 독려하고, 자가격리 중 자연식물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자연식물식 밀키트를 제공하는 등의 시도는 백신의 효과를 증대시키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의료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이런 시도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의철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센터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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