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최대 2배 가산수당 부담…"설 장사, 직원 대신 친구들 불렀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박수현 기자] [인건비 부담 가중되자 줄줄이 '명절 휴무'…직원 해고 움직임도]

머니투데이

지난 25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초구 한 고급 한식집 안에서 사장 전모씨(74)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친구 4명과 포장용 박스를 접고 있다./사진=황예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원들은 돌아가면서 쉬고 있어. 지금도 일 도와달라고 친구들 불렀잖아."

지난 25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초구 한 고급 한식집 안. 22년째 이 식당을 운영 중인 사장 전모씨(74)는 약 250평 규모의 텅 빈 가게에서 친구 4명과 포장용 박스를 접고 있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친구들을 호출했다는 전씨는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해서 돈 들어갈 일이 많다"고 말했다.

명절 대목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5인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이달 1일부터 법정 공휴일에 일하는 직원들에게 많으면 2배에 이르는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해서다. 코로나19(COVID-19)로 곤두박질친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자 '명절 휴무'를 선언하거나 직원을 해고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5인 이상 사업장도 유급휴일 보장…"차라리 설에 문 닫겠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기업도 설·추석 연휴, 어린이날, 공직 선거일 등의 법정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공휴일 근무자에게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휴일 당일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이 8시간 이내면 1.5배, 8시간 초과면 2배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2018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개정된 후 2020년 300인 이상 기업·공공기관에서 처음 시행되다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당장 설 연휴부터 인건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5인 이상 근로자를 둔 사장님들은 한숨을 내쉰다. 전씨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설 당일엔 쉬고 전날과 다음날에는 오전 장사만 하려고 한다"며 "재료비도 오른 데다 저녁 장사도 안 되는데 직원 20명에게 임금을 1.5배 지급하게 되면 적자가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씨는 "지난 1일에도 일부 직원들에게 '쪼개기 근무'를 시키고 나머지 직원은 돌아가면서 쉬게 했다"면서 "가족 경영이 아닌 이상 설에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게 이득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에서 3년째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오모씨(79)도 설 영업을 접을지 고민 중이다. 오씨는 "매출에서 인건비가 30%를 차지한다. 재료비 35%와 부가가치세 10%가 나가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높아진 최저임금까지 고려했을 때 약 14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유급휴일과 가산수당을 주게 되면 이번달 인건비 비중은 40% 정도로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19로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도 해서 계산기를 두드려본 후 설에 문을 닫을지 말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 시행 전 직원 해고하기도…"인건비 부담,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

서울 강남구에서 7년째 닭갈비 가게를 경영하는 최모씨(61)는 1월이 되기 전 직원 1명을 해고했다. 최씨는 "지난달까지 홀 노동자 2명, 주방 노동자 2명을 포함해 총 5인 사업장이었지만 해가 바뀌기 전 설거지 업무를 맡던 직원 1명을 내보냈다"며 "유급휴일 제도 대상이 되는 '5인 이상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급휴일 제도가 시행됐다고 해서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5인 이상 규모의 큰 가게는 사람을 자르지 않고는 다 죽을 지경"이라며 "이 근방 식당들도 벌써도 사람을 여럿 내보냈다"고 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는 제도 변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결국 고용 축소로 이어질 거라고 지적한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영업 제한 조치가 길어지자 사장님들은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에선 기존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것도 충분히 버겁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앞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제도 대상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일자리를 시간 별로 쪼개거나 무인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며 "정부가 고용 창출을 원한다면 매출별·영업장별로 제도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