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월 회의가 김준영(성균관대 이사장) 위원장 주재로 25일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독자위원들은 ‘음식 쓰레기 무대책 언제까지’ ‘코로나 사망 가족의 비극’과 같은 기획 기사에 주목했다. ‘대선후보·국민 정책이념 분석’ 기획 기사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애정어린 조언과 비평을 냈다.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가 이달부터 위원회에 합류했다.
김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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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고려대 교수=13일자 1·8면에 실린 ‘코로나 사망 가족의 비극’ 기사가 눈에 띄었다. 시신을 통해 코로나가 전파될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유족에게 장례의 선택권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상황이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은 적절했다고 본다. 17~19일까지 상중하로 다뤘던 ‘음식 쓰레기 무대책 언제까지’ 기획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산업계·정부·일상생활까지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주는 입체적인 기획이었다.
중앙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선 여론조사 보도에서 ‘오차 범위 내 누가 앞섰다’는 표현이 여전히 발견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오차범위 내에 누가 앞섰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고, 신문윤리위원회 선거 여론조사 보도 준칙에서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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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10일자 1·8면의 ‘패션, 지구촌 재앙 됐다’ 기사를 인상 깊게 봤다. 패스트패션의 부작용으로 자원이 낭비되고 온실가스나 폐수 배출이 심각하다는 내용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한 좋은 기사였다. 6일자 1면 이창용 IMF 아태국장 인터뷰(“재정 여력 있으니 더 써도 된다? 부작용 간과한 무책임한 주장”)는 대선 공약과 관련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각심을 갖게 해주는 기사였다.
광주 아파트 붕괴를 다룬 13일자 4면 ‘사고 원인 규명에만 최소 두 달…11월 입주 사실상 물 건너가’ 기사의 제목은 지적하고 싶다. 입주 예정자들도 안타까운 사정이긴 하지만, 실종자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목을 이렇게 정하고 논하는 것이 다소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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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3일자 3면 ‘헤엄 귀순, 22사단 또 뚫렸다…철책 월북 3시간 동안 깜깜’을 시작으로 월북 기사와 후속보도를 3일간 연속으로 보도한 점은 칭찬하고 싶다. 그냥 한 번 보도하고 끝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거 사례까지 분석적으로 잘 짚어줬다. 기사에 따르면 2012면, 2020년에도 뚫렸다고 나오는데 연이은 사고에 대한 대책 등을 추가로 취재해 보도해주면 좋을 것 같다.
5일자 B4면 ‘휘청이는 K뷰티…매장을 줄줄이 문닫고 브랜드 철수’ 기사가 있었는데, 바로 전날인 4일자엔 뜨거운 K팝 이슈를 다루고, 6일자엔 K푸드가 수출 사상 첫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산업 전체의 동향을 생각하면서, 어떤 건 잘나가지만 일부에서는 조정도 있다는 차원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인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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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강원대 교수=18일자 B3면 ‘입학하면 삼성·SK 취업 보장… 기업+대학 계약학과 확산’ 기사의 경우 기업과 대학이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좋게 보였다. 하지만 다소 대학과 기업의 홍보기사처럼 느껴지는 측면도 있었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잘 운영되고 있는지,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얼마큼 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뤄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수도권 규제 때문에 학과 개설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대안으로 지방 국립대나 지방대로 눈을 돌리자는 제안을 다뤘으면 어땠을까 한다.
독자위원회 지면 |
4일 12면에 ‘미리 본 2022년’ 기획에서 6월 지방선거를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대선에만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지방선거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주는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이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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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서울대 교수=지난달 31일에 ‘2021 바로잡습니다’ 14면 한 면을 할애한 것이 좋아 보였다. 1년 동안 크고 작은 오보들을 종합적으로 밝혀준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오보뿐 아니라 뉴스를 선택할 때 주력했던 기준이 이런 거 였다, 즉 ‘중앙일보는 1년 동안 이런 쪽을 많이 보도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을 굉장히 고민했습니다’라고 하는 내용을 밝히는 것도 독자들을 위해 좋은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2일자 23면 ‘신성식의 레츠 고 9988’에서 탈모 건강보험 지원 공약을 제대로 분석해서 다뤄줬다. 당뇨병 환자 추이 등 수치를 제시하면서 이들에 대한 보험 지원 확대가 탈모 치료보다 우선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다른 공약에 대해서도 이런 보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임유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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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20일자 10면 ‘감염 우려 먼저 화장했는데’ 단독 보도와 앞서 13일자 1·8면 ‘코로나 사망 가족들의 비극’ 등 일련의 보도는 ‘선 화장 후 장례’라는 정부의 지침을 변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3일자 8면 ‘오미크론 국내감염 1207명 델타보다 전파 속도 2.5배 빠르다’와 5일자 8면 ‘하루 확진자 100만 돌파 이전 기록의 2배로 폭증’ 등 오미크론 관련 보도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앞으로 오미크론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고, 국민들이 갖는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다. 정부 발표도 중요하지만 학회 등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중심으로 한 시리즈 보도를 해주면 어떨까 싶다.
전병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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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대선후보·국민 정책이념 분석’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공약을 비교하면서 정책의 가치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탄탄하게 한 점은 상당히 차별화돼 보였다. 남은 기간 공약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임기 5년 내에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는가에 초점을 둬서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해서 보도를 해주면 좋겠다.
최근 비대면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했는데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20년 동안 인류 문명이 겪을 4가지 위기를 지적하면서, 핵전쟁, 기후변화, 자원고갈, 불평등을 꼽았다. 맨 앞에 꼽은 게 핵전쟁의 위기다.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고 있지 않냐. 해외에선 더 다각적인 반응과 비판이 나온다. 중앙일보도 좀더 스펙트럼을 넓혀서 국제적인 시각에서 다양하게 다뤄주면 좋겠다
지철호 |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18일자 B6면 ‘80억대 국보 2점 경매 내놓은 간송, 새 주인 나타날까’ 기사는 국보가 경매에 나온 첫 사건을 다뤘는데 문화재 경매 기록 등 다양한 팩트 체크가 이뤄져 긍정적이었다. 경매 출품자인 간송 미술관, 국가기관 박물관, 경매 기관, 미술계 관계자 등의 다양한 입장을 제시했다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이후 민간 커뮤니티 ‘국보 DAO’가 100억원 규모의 대체불가능토큰(NFT)만으로 이 문화재를 낙찰받겠다고 나섰다는 후속기사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홍지혜 |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24~25일에 걸쳐 한국정책학회와 공동으로 ‘대선 후보 정책이념’을 분석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구체적인 분석과 상세한 설명을 통해 주요 후보의 정책이 우리 사회의 이념 스펙트럼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주요 쟁점 정책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대남, 이대녀”와 같은 제목이 붙었는데, 세심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사회적 갈등현상을 그대로 지면으로 옮겨놓았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정리=장주영 사회에디터, 도움=이시영 인턴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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