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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숨진 61세 주부 장래소득은 0원?… 대법 "다시 판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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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으로 돈 벌 수 있는 나이
만 60세까지로 단정해선 안 돼"
한국일보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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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1세 주부가 병원 과실로 숨졌다면, 육체노동을 하며 돈을 벌었을 '가동연한'을 몇 살로 보고 손해배상액을 계산해야 할까.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비뇨기과 병원장 B씨와 C대학병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년을 60세로 보고 일실수입(피해자가 잃은 장래 소득)을 계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B씨 병원에서 요관결석 치료를 위해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받았고, 이후 C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숨졌다. 유족은 B씨의 과실로 요로감염 및 패혈증이 발생했고, C병원에선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B씨가 쇄석술을 시행하며 예방 조치와 경과 관찰을 게을리해 A씨가 사망했다는 유족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체외충격파 시술 후 패혈증 등 발생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점은 과실로 판단했다. C병원에 대해서도 응급처치를 지연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들이 유족에게 지급해야 할 치료비와 장례비 등 손해배상액을 4,900여만 원으로 산정했다. 유족들은 A씨가 사고로 숨지지 않았다면 만 70세까지 일하며 벌 수 있었을 소득(1억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봤다. 그러면서 "망인에게 직업이나 소득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유족 주장만으로는 망인에게 만 60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음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2심에선 A씨의 연령이나 건강상태 등이 패혈증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액을 3,600여만 원으로 줄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가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1·2심 판결 이후인 2019년 육체 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까지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원심은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망인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했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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