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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올 것이 왔다"…확진자 폭증에 현장 의료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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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본격화 되면서 신규확진자수가 1만명을 넘어선 26일 서울 용산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 전 소독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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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사태 2년 만에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대로 진입한 26일 현장 의료진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다. 오미크론 중증화율이 낮더라도 확진자의 절대 규모가 폭증하면 의료현장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고, 특히 코로나 진료 경험이 없는 동네 병원들은 초기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도입하는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8개월째 코로나19 음압격리 중환자실에서 근무중인 간호사 이모씨(25)는 ‘1만 명대’ 확진자가 현실화 된 이날 지난달의 악몽이 떠올랐다. “델타 변이 유행이 한창일 땐 (중환자가 많아)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다들 밥도 못 먹고 일했거든요. 오미크론 감염 환자 중에서도 중환자는 분명 나올테니 걱정이죠.” 델타 변이로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던 당시 이씨가 근무하는 음압병실에선 간호사 2명당 환자 1명을 보는 게 원칙이지만, 환자 수가 많아 간호사 2명당 2명씩 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아마 일반 병동은 더 많은 환자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은 당장 밀려드는 확진자에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지역 보건소에서 일하는 역학조사관 A씨는 “너무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 환자가 나왔을 때 역학조사를 해서 밀접접촉자로 분류하는 작업은 그대로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인력이 2배로 느는 건 아니지 않냐. 2년 동안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를 보지 않던 의료진도 ‘1만 명’이란 숫자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유행을 계속 감시하며 대응해온 의료진이야 올 것이 왔다고 생각을 하지만 (유행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진료를 하고 있던 분들은 걱정이 많다”며 “본인이 감염이 될 수도 있고, 자기가 진료하는 환자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환자가 많아지면 코로나 환자를 보지 않던 의료진도 코로나 환자를 봐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항이 일부 의료진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현장 의료진들이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역시 환자 수 폭증이다. 엄 교수는 “환자가 많이 나오다보면 응급실은 마비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의료진이 확진돼 공백이 생기면 병동을 닫아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환자들이 오갈 데가 없어지는 상황도 생길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도 “(오미크론이) 위중증률이 낮다고 해서 사람들이 긴장을 놓고 거리두기 등을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게 제일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증률이 낮아도 얕게든 짙게든 피해는 계속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내 주변에는 사망한 사람 없다, 별 거 아니더라’라는 생각으로 너무 쉽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확진자 수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 변이보다 낮고, 현재 병상가동률 등 의료여력도 여유 있다는 입장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중증 환자 병상가동률은 17.8%, 중등증 환자 병상가동률은 36.2%이다. 델타 유행이 한창이던 당시 병상가동률이 중증과 중등증 모두 70%가 넘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 등이 우리보다 사람과 자원이 부족해 저렇게 고생한 게 아닐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대비를 해야지 ‘지금 괜찮으니까 두고 봅시다’라고 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도입하는 신속항원검사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무증상자를 대상으로 한 자가항원검사 시행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 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이라며 “신속항원검사를 무증상자에게 전면적으로 도입할 경우 감염 초기 환자는 위음성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서영·김향미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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