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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두고 시끌… 세종시 논란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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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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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지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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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수도 이전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의 인구과밀과 재난 위험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올해부터 수도 이전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자금난과 환경파괴 우려가 불거지며 시민사회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반대에 나섰다. 과거 한국의 세종시 행정수도 논란이 인도네시아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가 자카르타를 대체할 새 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된 논란을 소개했다. 앞서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관련 법안(신수도법)은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번주쯤 법안을 관보에 게재해 공포할 예정이다.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이미 수도 이전 계획을 밝혔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추진이 늦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에 건설할 계획인 새 수도에 ‘열도(列島)’라는 뜻의 ‘누산타라’란 이름을 붙였다. 정글 한가운데 466조루피아(약 38조8644억원)를 투입해 서울 면적 4배 넓이(2560㎢)의 새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새 수도가 완성되면 약 15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도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시작됐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섬으로 구성돼 있으나 총 인구의 56%는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한 자바섬에 몰려 있다. 이에 경제력 집중과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또 자바섬에 위치한 자카르타는 다른 나라의 수도에 비해 홍수나 지진 등을 자주 겪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분별한 개발로 지반 침하 속도가 빨라져 2050년쯤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수도 건설을 올해 시작해 2024년부터 자카르타의 정부청사들을 이곳으로 이전하고, 2045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대통령궁과 국회, 대법원, 중앙부처들은 신수도로 옮기고 자카르타에는 경제수도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도 내놨다.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을 추진하며 세종시 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고 정부 부채도 늘어 자금 확보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가 환태평양 조산대에 밀접해 수도를 옮겨도 재해 위험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며,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만 파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 수도 부지에 땅을 소유한 이들은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파이살 바스리와 국립이슬람대학교(UIN)의 아쥬마르디 아즈라 교수, 정치평론가 아구스 팜바기오 등은 신수도법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반대론자들의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사례도 상세히 소개했다. 헌재는 당시 행정수도 이전 법안에 단순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 연구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도를 이전한 국가는 16개국이었다. 수도 이전의 이유는 복합적이었으며,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은 인구 과밀과 경제력 집중 해소 등이 주된 원인이 됐다. 카자흐스탄은 인근 국가인 러시아·중국과의 마찰과 일부 지역 분리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 이전에 나섰다. 나이지리아의 수도 이전에는 소수 민족들과 종교들 사이에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도 반영됐다.

수도 이전의 효과를 두고는 각국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고 보는 관점이나 장·단기적인 변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새 수도 네피도는 완성 이후에도 황량한 모습이 지속돼 ‘유령 도시’란 평가가 나왔다. 세종시도 인프라 확충에 비해 새로 옮겨온 주민들이 적다는 점에서 해외 연구자들 사이에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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