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기고]디지털 포용과 디지털 복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한석현 YMCA 실장


우리 사회와 생활의 디지털화가 가속되는 과정에서 모든 국민, 아니 전 인류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포용'은 글로벌 의제로 급부상했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전환 정책 수립을 위해 2개년 단위로 '고잉 디지털 프로젝트'(Going Digital Project)를 추진한 이후 미국·영국 등 해외 주요국은 앞다퉈 디지털 포용 가치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며 디지털 양극화 방지에 애쓰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20년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2021년 7월에는 기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디지털 포용 사회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긴 휴먼 뉴딜을 추가한 한국판 뉴딜 2.0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 2.0의 경우, 데이터경제와 활용에 치우쳐 데이터 생산 주체인 국민의 정보인권에 대한 고려에 있어 부족함이 보이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가 디지털 포용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산업의 급속한 디지털화와 디지털의 일상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일상생활의 비대면화는 우리 일상에서의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며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을 촉진시켰다. 활발해진 언택트(untact) 소비는 오프라인 대면을 최소화했다.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mataverse) 등을 통한 온택트(ontact) 소비는 가상공간에서의 대면을 극대화시켰다.

정부가 수립한 디지털 포용의 정책적 목적은 모든 국민이 차별과 소외 없이 디지털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디지털 격차의 해소 범위를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모든 사회 분야로 설정하고 있는 것도 디지털과 융합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려해 디지털 포용의 정책적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디지털은 이용자 편리를 일시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활용되는 기기가 아니라 개인이 자기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생활의 기반이 됐다. 여기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큰 몫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개인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했고, 결국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어떤 경우에는 그동안 없었던 수요를 발굴하고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를 내보이는 등 상당히 노골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뿐만 아니라 이용사업자의 사업 운영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이용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는 통신의 패러다임이 과거 음성·문자 위주에서 디지털화에 따른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상당한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자사 플랫폼에 대한 이용자 접점을 과도하게 확대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인식을 갖추지도, 발굴하거나 이행하고 있지도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의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의 생활과 경제적인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게 일정 부분의 공적 책무를 담당하고 수행할 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디지털 복지 차원에서 일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하고 간접적으로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디지털 기기나 통신료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고 기존의 빈부 격차와 같은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새롭게 부여하는 보편적 역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발전하고 보편화되는 현시대의 기술 혜택을 누리는 데 누구 하나도 배제되지 않도록 전 국민의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다. 그리고 오랜 시간 상당한 시장 혜택을 누리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관련 공적 책무를 부과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이미 사회적으로 큰 공감대가 형성됐다. 서울YMCA가 지난해 9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7명이 '플랫폼 법제도 개선을 원한다'고 답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법체계에 포섭해서는 안 된다는 경직된 과거의 논리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디지털 혁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 역시 국내 디지털 생태계가 지속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진정한 '디지털 포용'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 민주주의 경험에서 인권이 배제되거나 희생하고 얻은 경제 성장은 반드시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 디지털화와 이를 활용한 사업을 하는 사업자도 여기에서 예외일 순 없을 것이다. 정부와 사업자가 협업해 디지털 복지 차원에서 각자에게 부여된 보편적 역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정책적 기반이 조속히 조성되길 바란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실장 coke14@ymca.or.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