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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미국·EU, 러시아 제재 방안 미묘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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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원칙 동의하지만 세부사항 이해 엇갈려

미국, 유럽 에너지 공급 확보 대책 마련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사격 훈련하는 러시아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방의 강력한 억지 수단 중 하나인 러시아 제재 방안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범하면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금융망 접근을 차단하는 금융통제와 반도체 등 전략 물자 수출통제 등 전방위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제재 인사 명단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포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강력한 제재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EU도 제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미국과 공조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EU 27개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밀접한 독일은 미국의 주요 제재 방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모든 금융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날카로운 칼은 아니다"며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시스템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독일 언론은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 중 하나인 국제금융망 퇴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이 같은 결정에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 서방이 주도하는 기존 체제를 벗어난 새로운 결제망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금융망 차단은 제재 리스트에 계속 올라있다면서 이 보도를 부인했다.

스위프트 차단은 공식적인 국제 금융거래에서 퇴출하는 초강력 경제제재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궁극적 수단으로 고려돼왔다.

세계 200여 개국의 1만1천여 개 금융기관이 스위프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국경을 넘어 돈을 지불하거나 무역대금을 결제할 때 필수적이다.

독일은 또 러시아 제재로 자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을 못 하는 사태를 우려해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독일은 러시아의 2대 교역국이고 러시아 천연가스에 에너지 자원을 의존하고 있다.

독일 뿐 아니라 다른 EU 회원국들도 미국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과 스위프트 문제에 대해 EU 회원국들이 일치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무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제재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어떤 제재 방안이 어떤 수준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리파브스키 장관은 "특정한 제재로 인해 어떤 국가는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유럽 국가의 한 고위 관리도 "EU 회원국들은 제재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어떠한 제재를 가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회의에서 EU 관리들은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일부 외교관과 가족을 철수하기 시작한 것은 공황과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시기상조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 주재 외교관 철수 문제와 관련, 현재로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제재 문제에 대한 EU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유럽 지역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공급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하고 이에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며 유럽을 압박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와 미국 등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 중"이라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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