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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바이든 “멍청한 개XX” 욕설 논란… '고약한 질문' 하는 기자도 도마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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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서민 물가 인하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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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개XX.“(What a stupid son of a bitch.)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브리핑 후 인플레이션 관련 질문을 한 기자에게 나지막하게 욕설을 한 것을 두고 미 언론이 뜨겁다. 해당 영상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고, 관련 기사에 댓글 창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무례했다는 지적은 공통적이지만 백악관 브리핑마다 ‘고약한 질문’을 하는 보수매체 ‘폭스뉴스’ 백악관 출입기자 피터 두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물가 상승 대책 관련 경쟁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기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몇몇 기자가 질문을 했는데 두시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간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앉은 자리에서 속삭이듯 “아니. 큰 자산이지. 더 많은 인플레이션? 멍청한 개XX”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켜져 있는 마이크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이크가 켜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논란이다. 두시의 질문이 40년 만의 역사적 인플레이션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뼈아픈 질문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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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두시(왼쪽) 폭스뉴스 기자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욕설 논란 이후 폭스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폭스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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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 기자는 당장 폭스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 시간도 안 돼 전화해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고 사과 사실을 전했다. 이어 “나는 앞으로도 다른 기자들이 물어보지 않는 것을 질문할 것”이라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그렇게 하시라”라고 답했다고도 소개했다.

두시 기자는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질문권을 받지 못했다고 따지며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기자회견마다 젠 사키 대변인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 연휴에는 바이든이 억만장자 기업가 소유의 저택에서 머물기로 한 것을 두고 ’대통령의 호화 휴가가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중산층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는 질문으로 사키 대변인을 궁지로 몰았다. 지난 1월에는 사키 대변인에게 “당신도 나도 백신을 맞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느냐”고 따지며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무엇이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두시 기자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마지막 질문 기회를 얻었다. 바이든은 질문 기회를 주며 “평소에 당신이 하던 고약한 질문(mean one)이 아니라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질문권을 받은 두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확인비행현상(UAP·미군이 UFO 대신 쓰는 용어) 관련 영상과 기록이 있는데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다시 물어보겠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한·미 정상의 첫 번째 정상회담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할 질문으로 적절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두시 기자는 폭스뉴스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인 스티브 두시의 아들로 폭스뉴스의 ‘성골’로 꼽힌다. 34세의 젊은 나이, 금발과 190㎝가 넘는 훤칠한 키로 백악관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 ’두시는 백악관에 질문을 던지는 것인가 아니면 도발(trolling)하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금발 머리와 6피트 5인치의 체격으로 다른 기자들보다 우뚝 솟아 있는 그는 바이든을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해졌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을 강하게 비판했다. WP 칼럼리스트이자 미디어비평가인 에릭 웸플은 ‘두시는 자기 일을 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폭스뉴스는 바이든을 비난할 권리가 있다”며 “바이든은 취임 첫날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일하는데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내가 듣는다면 나는 당신을 그 자리에서 해고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바이든이 두시 기자에게 사과를 한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과 비교하며 바이든을 감쌌다. CNN은 트럼프의 과거 언론에 대한 막말을 열거하면서 “트럼프는 정기적으로 언론 구성원들을 비난하고 경시했으며,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었다”며 “바이든이 기자를 ‘멍청한 개XX’라고 부른 것은 유감이지만 사과하기 위해 전화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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