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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지방 아파트 미분양 확대… ‘수도권 청약불패’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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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DSR 규제에, 식어가는 청약 열기

800대 1까지 치솟던 청약경쟁률, 올해 서울 첫 경쟁률 34대 1로 ‘뚝’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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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집값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로또판’으로 통하던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 시세 차익을 챙긴다”며 수만 명이 몰리던 서울의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로 떨어지고, 지방에선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이달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더욱 강화돼 대출을 활용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하는 지역이 늘면서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 그동안 ‘불패 시장’으로 통하던 수도권 분양 아파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비인기 지역이나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싼 단지는 수요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서울 경쟁률 급감, 지방은 미분양 속출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첫 분양 아파트인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1순위 청약이 평균 34.4대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총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신청했다. 작년 9월 서울 강동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가 389가구 모집에 13만1447명(337대1)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청약 신청자나 경쟁률 모두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 평균 경쟁률(164대1)에도 한참 못 미친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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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업계는 “대출 규제와 집값 조정세를 감안해도 예상 밖 결과”라는 분위기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9억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조합이 중도금 대출을 알선하기로 했고, 중대형 평형인 전용면적 112㎡(62가구)의 절반은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아 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올해 서울 첫 분양 단지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자 청약 일정을 변경하고, 분양가를 조정하는 단지도 생겼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애초 25일이던 1순위 청약 일정을 취소했다. 이 단지는 미분양 사태를 막기 위해 9억원 초과 평형에 대한 중도금 대출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분양가도 재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분양시장은 더 썰렁하다. 작년 연말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미분양 사태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지방에 공급된 439개 단지 중 26.7%(117곳)에서 미달 사태가 났다. 같은 기간 서울·경기·인천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하나도 없었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에서 분양한 ‘해링턴플레이스 감삼 3차’는 358가구 분양에 85명만 신청했다. 같은 달 분양한 경북 포항시 ‘남포항 태왕아너스’, 울산 울주군 ‘울산 뉴시티 에일린의뜰 2차’, 전북 익산시 ‘익산 더반포레’ 등도 모두 미분양됐다. 이달 충북 진천에서 분양한 ‘진천 금호어울림 센트럴파크’도 367가구 모집에 청약 접수가 252건에 그쳤다.

◇수도권 ‘청약 불패’ 깨지나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나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청약 수요가 계속 몰리겠지만, 입지 조건이나 분양가에 따라 청약 미달이나 미계약 단지가 늘어나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작년까진 ‘깃발만 꽂으면 완판(完販)’이라는 분위기였지만,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지속하면 수도권 분양 시장도 흥행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규제지역인 지방에 몰리던 주택 수요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처럼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매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청약 신청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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