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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25년만의 대선 직전 추경…2022년판 ‘고무신 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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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등 대선을 앞두고 내놓는 정부의 각종 정책이 2022년판 ‘고무신 선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국회에 제출한 올해 첫 추경안은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 직전에 편성되는 추경이다. 당시에는 외환위기라는 국가비상사태로 추경이 불가피했을 때였다.

재정 당국은 그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중요한 선거 직전에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 왔는데, 이번에 그 관행이 깨진 셈이다. 특히 본예산이 전년도 12월에 통과된 상황에서 새해 예산을 써보지도 않은 채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安 "고무신·막걸리 선거와 뭐가 다르냐"



다음 달 3일 추경안 심사에 들어가 다음 달 중순 이전에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상공인 지원금 같은 현금성 지원이 이뤄지는 시기는 대선(3월9일) 이전이 될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가불 추경’으로 정부가 ‘이재명 선거운동’에 앞장서고 있다”며 “현 정권의 수십조 단위인 악성 포퓰리즘 돈 선거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고무신ㆍ막걸리 선거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경제 지표를 좋게 보이게 하거나, 여당의 집권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은 대통령 선거 전으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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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전후 정책 온도 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전기ㆍ가스요금에 이어 철도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지방 상하수도 요금도 1분기에 요금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그간 누적된 공공기관 적자가 산더미라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말기 경제 성적표 중 하나인 물가지표를 나아 보이게 하려고 공공요금을 1분기 중 무리하게 억누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설 명절 전 노인ㆍ장애인 등에 직접 일자리 60만 명 이상을 제공한다. 정부는 올해 3조3000억원 예산을 들여 만든 직접 일자리 106만 개 중 절반 이상을 이달 몰아서 공급한다. 여기에 오는 3월로 예고된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와 종부세 완화 대책도 선거 전인 3월 초에 발표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표떨어지는 CPTPP 가입은 미뤄



반대로 계속 끌고가기 부담스러운 정책은 차기 정부로 넘겼다. 전 금융권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예대율 등 금융 규제 유연화 조치는 3월 말이면 끝난다. 그사이 불어난 가계ㆍ기업 대출이 금융 지원 종료,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금융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시행한 유류세,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 인하 조치도 4월이면 종료다.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높은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도 차기 정부에 미뤘다. CPTPP 가입 선언이 농민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최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선 국익을 감안해 일찌감치 CPTPP 가입을 위한 실무적인 절차에 들어갔었다"며 "하지만 농식품분야 시장 개방에 따른 반발을 우려한 여당의 반대가 커, 일정을 늦추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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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추경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논리적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셈법에 따라 경제정책이 펼쳐지고 있다”며 “경제위기 요소가 도처에서 널린 상황에서 재정당국은 큰 줄기를 보고 경제정책을 펼치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후보 포퓰리즘 공약 경쟁까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유력 대통령 후보도 정부의 이런 ‘정책 마사지’를 거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환심을 사고 보자는 식의 정책에 ‘브레이크’는 걸지 못할망정, 사상 초유의 돈풀기ㆍ포퓰리즘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나 현실성 검토 없이 두 후보 모두 표심만을 노린 ‘공약(公約)’을 내놓고 있는데, 결국 지키지 못하는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세종=손해용·조현숙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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