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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홍콩에 질려"…3주 격리·잦은 봉쇄에 외국인 인력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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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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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홍콩 카이충 지역에 있는 공공 주택단지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전면 봉쇄된 가운데 보건당국 근로자들이 주택단지 앞에 서 있다. /사진=AFP


홍콩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외국인 고급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은 도착 후 3주간의 격리, 자녀의 잦은 휴교, 시시때때로 시행되는 건물 폐쇄로 인해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매력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한 경영진은 WSJ에 "여행 제한으로 인해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중국 본토에 가서 사업 파트너, 잠재 고객을 만나는 것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문은 "반려동물 가게에 방문하거나 점심을 먹을 때 코로나19 환자와 우연히 마주친 것도 격리구역으로 보내질 위험을 키운다"고 전했다.

홍콩 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40% 이상이 당국의 해외여행 제한을 주된 이유로 꼽으면서 홍콩을 떠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가 작년 10월 주요 회원사 3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0%가 홍콩에서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절반은 인력이나 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홍콩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계속되면서 홍콩을 떠나는 외국인 임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미 홍콩을 떠났거나 떠날 계획인 외국인 전문인력이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 740만명인 홍콩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3000명 수준으로 대부분의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편이지만, 당국이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따르면서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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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AP/뉴시스] 11일 홍콩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서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어린이들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늘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일정 기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학생들은 오는 14일부터 최소 2월 첫째 주 설 연휴까지 등교하지 않는다.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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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대부분 입국자들에게 백신 접종 유무와 상관 없이 3주간 자비로 격리하도록 한다. 현재 미국, 영국 등 '오미크론 고위험' 8개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은 기존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아예 금지돼 있다.

홍콩 소재 외국계 기업과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들은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될 조짐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연말 보너스가 지급되는 1분기가 끝나면 많은 외국인 전문인력이 홍콩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반부터 1년 동안 홍콩을 떠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2%, 7만5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취업비자 신청자는 1만73명으로 직전 해보다 3분의 1가량 줄었으며, 금융부문 취업 비자 신청자는 같은 기간 23% 감소했다.

태라 조지프 홍콩 암참 회장은 당국의 가혹한 여행 제한이 계속된다면 인력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떠나서 생긴 빈자리는 중국인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내 외국인 전문 인력 이탈로 인해 가장 큰 수혜는 싱가포르가 보고 있다. 고위직 헤드헌팅업체 웰즐리의 크리스천 브룬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주재지를 옮기는 외국계 금융사 고위직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캐나다에서 홍콩으로 이주해 영사관에서 일한 니콜 쳉은 WSJ에 "처음에는 홍콩의 봉쇄 노력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 봉쇄 관련 규제가 변동됐고 가족을 만나기 위한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작년에 홍콩을 떠났다. 그는 "격리는 솔직히 정신적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전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코로나19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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