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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호 처벌 피하자”… 대형 공사장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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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중대재해법 시행

적용대상 범위·경계 모호

산업계·지자체 대응 혼선

건설사 “내달 초까지 중단”

중장비업계도 정비 금지

기업 안전책임자 선정·조직 확대 불구

전국 공사장 사고 원천예방 한계 호소

中企 “코로나에 간신히 버티는데…”

인력·예산 부족에 컨설팅도 못 받아

“처벌보다 예방 중심 법 개정” 목소리

지자체 사업장서도 5년간 232명 사망

서울시 등 전담팀 꾸려 대책마련 불구

수장들 사업장 관여 최대한 피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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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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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자영업계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 범위와 경계가 모호한 탓이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는 ‘1호 처벌 기업’만은 되지 말자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작업과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선 도급이나 용역을 줄 때 사업장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으려는 ‘면피 행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행 과정에서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호 처벌은 피하자”… 대형 건설사업장 ‘올 스톱’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설 연휴가 맞물리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전국 대형 건설사 사업장은 사실상 ‘올 스톱’된다. 공사를 중단시켜서라도 1호 처벌 기업의 불명예를 피하려는 게 건설업계의 생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명절 시즌이라 휴무를 원칙으로 하되 사업장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현장을 운영하라고 했겠지만, 올해에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무조건 공사중단을 지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들은 최고 안전관리책임자 선정과 관련 조직 확대 등과 같은 예방 조치들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국에 산재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인 근로자 안전 강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경영책임자 등의 책임과 준수사항 등이 모호해 근로 현장의 혼선이 우려되고, 처벌보다는 예방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지속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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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오는 27일부터 적용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12일 전국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인근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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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명사고가 잦았던 철강·중공업 등 이른바 ‘중후장대’ 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포스코는 제철소 운영 기조를 생산보다 안전 우선으로 전환했다.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설비 가동 중 정비·수리 작업을 일절 금지했으며, 작업 중지권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또 안전신문고 제도를 신설해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제철소 내 모든 근무자가 불안전한 작업을 요구받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발견할 경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 관련 스마트 인프라도 대폭 확충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3년간 대형 설비 교체, 구조물 안전 보강 등 안전 관련 인프라 구축에 1조원을 투자 중이라고 소개했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가용 예산이 제한적인 중소기업계에서는 법 시행이 임박했지만 관련 컨설팅이나 노무·법률 상담조차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대다수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는 사업주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때는 면책하는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중소기업이 이 법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로 △의무사항 이해의 어려움 △전문인력 부족 △안전보건시설 확충비용 부담 등을 꼽으면서 “우리도 대기업처럼 컨설팅을 받고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싶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지금의 일자리조차 간신히 유지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처벌 대상인 지방자치단체 등도 대책 분주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지방자치단체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대재해시 처벌 대상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뿐 아니라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지방공기업 및 공공기관장이 포함된다. 사망자가 1명 이상 생기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중대재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손해액의 5배 이내 배상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16∼2020년 5년간 전국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232명이다. 전체 건설업 사망자의 약 1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강원도와 관할 18개 시·군 사업장에서도 11명의 노동자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해당 법 시행 이후였다면 사고 기관장은 물론 지자체장까지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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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 대응팀을 구성해 안전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이 법령에 적용되는 관리시설물은 1533개, 서울지하철 차량은 3638량이다. 시는 앞서 오세훈 시장이 나서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중대시민재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치구에 배포했다. 시는 또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2016년 광진구 ‘구의역 김군 사고’ 등 잇단 외주업체 노동자 사고로 비판을 받았던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전담인력 12명 추가 배치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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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노동국과 안전관리실이 각각 산업재해, 시민재해 분야를 맡아 예방 및 감독 등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부서별 안전관리 계획 이행 여부를 6개월에 한 차례 이상 점검토록 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행정국 총무과 내에 산업재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본청을 비롯해 직속기관과 사업소, 출장소(경제자유구역청) 등 관내 23개 공공기관의 안전보건업무를 지휘하는 ‘헤드쿼터’인 셈이다. 시는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와 함께 안전감찰 전담기구협의회를 출범시켜 유기적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시는 중대산업재해 예방 업무를 총괄하는 TF를 신설했다. 기존의 재해 업무담당 팀도 시민안전팀으로 확대시켰다. 교량, 지하철, 공공청사, 박물관, 도서관, 어린이집 등 공공인프라 전반의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달 말까지 교량 389곳, 터널 46곳, 건축물 254곳 등 모두 1000여곳의 시설물을 집중 살펴보기로 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기업, 협회, 기관, 안전·보건 전문가 등 26명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안전협의체를 발족했다. 2019년 8월 전담조직을 설치한 제주도는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위험성 평가, 고위험 사업장 특별점검 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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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직원들이 사업주에게 전달할 중대재해처벌법 안내 책자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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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주체 모호해… 면피 행정 조짐도”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예방의무를 이행하는 적용 주체부터 불명확하다”며 “누가 경영책임자가 돼야 하는지와 사업장이나 장소를 지배하는 자, 운영하는 자, 관리하는 자가 서로 다를 경우에 누가 예방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5일 경기 여주시내 전신주에서 전기 연결작업을 하던 30대 김다운씨는 순간적으로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김씨는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사고 19일 만인 같은 달 24일 숨졌다. 발주사인 한국전력공사에게 책임 추궁이 가능한지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전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원청이 다시 하청을 맡겼고, 김씨는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사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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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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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산재사고 책임 원칙이 행위자 책임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도급이나 하도급을 줬을 때 실제로 행한 사람은 도급을 받은 원청이기 때문에 발주사인 한전을 처벌할 근거는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전 역시 발주자가 아닌 도급업체에 산재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시민재해는 산업재해와 달리 참고할 판례가 없고 범위가 훨씬 넓어 벌써부터 현장 혼란이 거센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혀 새로운 개념인데도 정부는 모호한 지침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보니 공공기관장들은 어떻게든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의 주체가 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북 시·군에서는 갑작스런 법 시행으로 인해 담당할 공무원을 배치하기 어렵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전북 시·군에서는 인원 배정을 놓고 인사팀과 마찰까지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담부서를 만들려면 조직 개편이 요구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전북도 설명이다.

인천=강승훈 기자·전국종합, 나기천·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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