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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누리호의 성공적 재도전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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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왜냐면] 심철무 |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형 우주발사체를 총 네차례 발사했으나 세차례는 성공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1차는 위성보호덮개 미분리, 2차는 1-2단 연결부 파손, 4차는 탱크의 미세 결함 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발사 추진체는 37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연소압력은 대기압의 60배, 온도는 섭씨 3500도, 산화제는 영하 183도의 극저온 상태이다. 정밀 밸브도 총 400기 정도가 된다. 발사체는 궤도에 진입하면서 섭씨 1000도 이상의 온도 변화 및 우주 방사선으로 인하여 구조물의 내부 응력 변화가 찾아온다. 따라서 발사체 연소시험 외에 극한 환경 및 충격시험이 필요하다. 그 후에 발사체 구조물들의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비파괴검사가 수행되어야 한다.

나로호 발사체 제작 및 시험은 러시아 규격(GOST)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75톤급 누리호(KSLV-II)는 나로호의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기술진이 설계, 제작, 조립, 시험 및 운영을 하여 지난해 10월21일 발사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앞으로 2027년까지 네차례 추가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2030년에는 케이(K)-달 탐사도 준비 중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986년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다. 7명의 우주인이 사망한 당시 사고의 원인은 여러 기술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품질보증제도가 없었다는 데 있었다. 품질보증체계의 비파괴검사는 독립적이고 수평적인 책임과 통제하에서 과학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는 제도적 차원의 접근이다. 누리호도 검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미국항공우주국이나 국제표준화기구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사는 발사 추진체의 제작 및 시험단계에서 발생하는 미세 결함을 탐지하고자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미국재료시험학회의 단층촬영(CT) 및 디지털 엑스레이(DR), 중성자 검사를 적용하고 있다. 앞선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위성보호덮개의 폭발볼트와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 누리호 추진체 탱크의 미세 결함을 탐지하기 위한 비파괴검사에도 이러한 국제표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동안 대형 국책연구사업을 진행할 때 시간 및 예산 부족으로 품질보증제도 도입을 항상 뒤로 미뤄왔다. T-50 고등훈련기 개발에서는 항공안전협정(BASA)에서 요구하는 품질보증제도가 초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원자로 비파괴검사 장비 개발을 봐도 원자력 안전규격에 맞는 품질보증 기록과 문서가 없었다. 훈련기는 수출할 수 없었고 원자로 비파괴검사 장비는 사용 허가를 얻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품질보증 예산보다 몇 배 큰 손실을 기록했다. 앞으로 대형 국책연구개발비에는 품질보증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예산을 일정 비율로 정해두어야 한다. 국제표준에 준하는 품질보증제도와 비파괴검사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와 같이 한국형 발사체 성공률을 9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이다.

인공위성은 세계적으로 매년 1000개 이상이 발사되며 2020년 유엔우주사무국에 등록된 인공위성 수는 1만대가 넘었다. 우리나라도 1992년부터 국외 발사체를 이용하여 18개 인공위성을 발사해 현재 8개를 운영 중이다. 인공위성의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국산 발사체의 성공도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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