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여유있게 앞서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맹추격을 허용하자 민주당 일각에서 “그냥 이대로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건 안이한 판단”(김종민 의원)이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후보가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어조와 태도)를 바꿔야 한다”(한 당직자)는 주장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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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박따박’에 기댄 이재명…與 “중도층 지지 다져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후보측은 기존의 선거전략을 크게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기류다. 경기도 출신의 선대위 핵심인사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지지율에 대해서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는 건 없다. 다만 더 절박한 마음으로 뛰어야겠다며 결기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간 지지율과 관련해 “일희일비 않겠다”고 말해왔는데, 실제로도 기조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은 없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전체 지지율로 보면 이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와 딱 붙었지만 ‘디테일’에선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며 “우선 중도 표심이 이 후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1월 18~20일)에서 이 후보는 중도성향 응답자에게 34%의 지지를 얻어 윤 후보(27%)에 앞섰다. 4자 대선구도가 성립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16~18일 조사에선 이 후보(31%)가 윤 후보(37%)에 열세였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줄곧 윤 후보에 앞서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의원은 “실용주의를 강조해온 이 후보에 대한 중도층 지지가 다져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0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JM, 우리가 원하던게 이거잖아'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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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민주당은 이 후보가 ‘당선 가능성’에서 윤 후보에 앞서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보고 있다. 당선 가능성은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하냐’는 문항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개별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지지율보다 ‘당선 가능성’ 문항이 좀 더 객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전국지표조사(NBS·1월 17~19일)에서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후보는 40%로 윤 후보(34%)에 앞섰다. 같은 조사의 ‘당선 가능성’ 설문에서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46→50→48%을 기록하며 30→26→27%를 기록한 윤 후보에 줄곧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 선대위 인사는 “윤 후보의 재부상,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상승세 등 야권 전체의 지지세가 커지는데도 이 후보 지지율이 30%초·중반대를 유지한 것은 ‘선방 했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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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수도권’ 상승장 기대…당 외곽선 “변화도 필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의 지지율 상승에 대한 기대도 이 후보가 기조 변화를 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69%(한국갤럽 1월18~20일 조사), 67%(NBS 1월17~19일 조사)로 50%대 후반~60%대 초반이었던 지난달 조사보다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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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지난 5일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광주를 방문하면서 ‘명·낙연대’를 공고히 했다. 지난 19일엔 이해찬 전 대표가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전북을 방문에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 위원장급 의원은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선거일이 다가올 수록 역대 민주당 대선 주자의 호남 득표율인 90%대까지 오를 것”이라며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상승 모멘텀이 생겨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처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논의하자”며 여야 대선 후보 긴급회동을 제안하는 등 ‘문제해결형 리더십’도 강조하고 있다. “전략은 유지하되 메시지 강조점을 미세하게 옮긴 것”(선대위 핵심 의원)이란 말이 나온다.
다만 당 외곽에선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 대표는 “이 후보 위기론의 본질은 2030의 지지를 못받고 있는데다, 5060을 향해선 문재인 정부와의 완전한 차별화 메시지를 못 주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의 기조가 다소 ‘어정쩡한 전략’으로 보일 수 있어 변화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 후보 측이 설 연휴를 앞두고 급격한 대전환을 하기에는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이번 설 연휴때 윤 후보와의 양자토론 이후 상황에 따라 변화 여부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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