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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평화를” 틱낫한 스님 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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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반전운동… 남베트남서 추방

佛에 거주하며 참여불교운동 전개… ‘화’ 등 저서 국내 베스트셀러 올라

달라이 라마 “영적 형제” 애도

文대통령 “그의 행복론은 삶의 지침”

동아일보

21일(현지 시간) 입적한 틱낫한 스님. ‘영적 형제’를 자처한 달라이 라마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그의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불교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로 활동하며 세계인의 ‘영적 스승’으로 불린 틱낫한 스님이 21일(현지 시간) 96세로 입적했다.

고인이 프랑스에 세운 불교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 사원은 “틱낫한 스님이 21일 밤 12시 입적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스님은 베트남 중부도시 후에의 뚜 히에우 사원에서 별세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전 세계 플럼빌리지의 명상 산책로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고인은 23세에 승려가 됐으며 1960년대 초반 미국 대학 등을 방문해 불교를 전파했다. 1963년 귀국 후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가 남베트남 정부에 의해 추방됐다. 이후 프랑스에 주로 거주하며 불교 원리를 정치와 사회개혁에 적용한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했다. 그와 교류한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는 비폭력을 지향한 고인에게 감명을 받아 노벨평화상 후보로 그를 추천했다. 고인은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2018년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그는 나의 친구이며 영적 형제”라며 “마음의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진실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애도했다.

생전 세 차례 방한한 고인은 ‘화’, ‘틱낫한 명상’,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국내에 출간했고, 이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禪)을 중시하는 베트남 임제종 출신으로 한국의 선사(禪師)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2003년 방한 당시 조계종 종정을 지낸 백양사 방장 서옹 스님과 대면했다. 2013년 마지막 방한 때는 월정사에서 3박 4일의 수행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부산 범어사에서 법회를 열었다.

고인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금강 스님(전 미황사 주지·중앙승가대 교수)은 “서옹 스님과 틱낫한 두 분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형제’라며 서로 반기던 모습이 선하다”면서 “틱낫한 스님의 글은 부드러운데 성품은 엄격했다. 모든 순간 깨어 있고 모든 것을 활용해 사람들을 도우려고 한 수행자”라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스님의 ‘걷기 명상’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 ‘마음 챙김’을 늘 강조하셨는데 스님의 행복론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지침이 됐다”고 애도했다.

스님의 한국 방문으로 인연을 맺은 서울 서초구 BTN(불교텔레비전) 무상선원과 부산 관음사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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