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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불안에 실직 걱정… '코로나 블루' 여성에 더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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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심각' 여성, 남성의 2배
비정규직·저임금 여성에 많은 영향
"실업수당 등 정부 대책 필요"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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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등 떠밀려 직장을 그만두는 동료를 본 A씨는 지금 같은 처지가 됐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A씨는 "회사가 앞으로 어려워질 거 같다며 스스로 나가라고 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어 권고사직은 없다면서 퇴사를 강요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중인 B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경위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미 회사에는 B씨가 방역 수칙도 지키지 않은 민폐 직원으로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는 "방역 수칙을 지킨 건 물론이고 확진 판정받자마자 회사에 보고했는데 빠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경위서까지 작성하라고 하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여성 노동자 A씨와 B씨가 경험한 이른바 '코로나 갑질' 사례다. 백신휴가는 고사하고 불안한 일자리와 회사의 부당 대우가 주는 우울감이 일터 약자인 취약계층에 쏠리면서, 여성 노동자 '코로나 블루' 위험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직장 '왕따', 연차 강요… 약자에 쏠리는 갑질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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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우울감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여성은 16.6%로 조사됐다. 남성(8.6%)의 2배에 달한다. 비정규직일수록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이면서 비정규직의 우울감이 심각하다는 답변은 19.1%다. 정규직 남성(6.0%)의 3배가 넘고, 비정규직 남성(14.3%)보다도 높다.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도 갈렸다. '안전하지 않다'는 여성이 56.0%로 남성(42.6%)보다, 비정규직이 52.3%로 정규직(45.7%)보다, 임금 월 150만 원 미만이 57.3%로 500만 원 이상(36.1%)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울감과 불안함 호소는 대부분이 회사에서의 처우와 연관이 깊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C씨는 1차 접종 후 이상반응이 너무 심해 2차 접종을 하지 않았다가 회사에서 '왕따'가 됐다. 그는 "상사가 대놓고 따돌리기 시작했다"며 "주사 안 맞은 사람이라고 모욕까지 서슴지 않아서 요즘엔 정신과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우울감이 점점 더 심해진다"고 했다. 또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 D씨 회사는 확진자 밀접접촉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그에게 격리 기간을 개인 연차에서 차감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위한 대책 내놔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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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가 실직, 임금 삭감 등으로 이어지면서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은 여성이 위험에 더 노출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고용 불안뿐 아니라 가사노동까지 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서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45%로, 남성 29.4%보다 15.6%포인트 높았다. 맞벌이어도, 아내 혼자 버는 외벌이어도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보다 각각 2시간 13분, 37분 더 많다.

코로나 블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 분석과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소득 감소 등의 피해가 특수고용 프리랜서,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등 취약 노동자에게 쏠리고,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집중된다"며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어서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같은 정부 대책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실업수당을 비롯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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