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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로봇이 온다

관심법 '로봇 궁예'까지 개발…中의 거침없는 로봇굴기 [김지산의 '군맹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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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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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후난성 한 식당에 등장한 로봇 종업원/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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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흥미로운 기사 한 꼭지를 내보냈다. 중국 충칭의 산샤대학 내 지능형 제조혁신 기술 센터가 공장 노동자의 뇌파를 읽어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로봇 개발자들은 이 로봇이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도 노동자들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기 신호도 수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뉴스로서 가치가 있는 이유는 그동안 온전히 인간과 협력하는 로봇, 즉 '코봇(cobots: collaborative robots)'은 산업용 로봇 개발자들에게 난제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로봇은 인간 옆에서 빈틈없이 기계적 동작을 반복해와서 허점 투성이인 인간이 잠깐이라도 졸거나 딴 생각 했다가는 로봇으로부터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그래서 로봇 생산 라인과 인간 생산 라인은 철저히 구분됐다.

그런데 이번에 산샤대학이 개발한 로봇은 뇌파 탐지와 근육 신호를 조합해 1초 안에 인간 작업자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로봇의 진단과 예측 능력의 정확도는 무려 96%였다.

로봇 기술에 대한 중국 민관의 관심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중국의 '굴기' 시리즈에 로봇이 포함된 게 이를 입증한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이 만들어진 다음해인 2016년 4월의 일이다.

이때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은 보조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둥성만 해도 '로봇굴기' 이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로봇자동화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발끈했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 글로벌 산업 지형을 무너뜨리기 일쑤였는데 로봇 산업에까지 마수를 뻗는다는 이유에서였다. 2017년 당시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중국의 보조금 지원은 설비 과잉을 불러오고 미국의 지적 재산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저격했다.

미국의 우려와 달리 중국의 로봇 굴기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선전가오궁산업연구(GGII) 보고서상 2020년까지 국산 로봇으로 내수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였지만 39%에 그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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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법 시현하는 궁예. 산샤대학에서는 노동자의 마음을 읽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사진=드라마 '태조왕건'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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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싱크탱크인 보안 및 신흥 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로봇 특허의 35%에 해당하는 약 2만5000건이 중국으로부터 나왔다. 이 기간 미국 특허는 고작 9500건이었다. 중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였고 다음으로 일본(1만5000건), 한국(1만1000건), 미국은 4등이었다.


중국이 로봇에 공들이는 이유는?

중국은 왜 이렇게까지 로봇산업 육성에 공을 들일까. 우선 시장이다. 타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중국 내수를 선진국 기업들에 내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중국 기업들에 판을 깔아준다.

프랑크푸르트 국제 로봇 연맹(IFR)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로봇 시장은 2019년 54억달러(약 6조4000억원)로 그해에만 21% 성장했다. 같은 시기 세계 시장 규모는 165억달러(약 19조6000억원)로 중국 비중은 약 33%에 달했다.

시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로봇 보급률을 보면 그렇다. IFR에 따르면 2016년 노동 인구 1만명당 보급된 로봇 수가 한국이 631대일 때 중국은 68대뿐이었다. 2020년이 되자 한국은 932대, 중국은 246대로 뛰었다. 이 기준 한국은 2010년 이후 세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세계 평균인 126대를 훨씬 웃돌고 미국 255대를 바싹 뒤쫒는 양상이다.

중국이 굳이 한국만큼의 로봇 밀도를 따라올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이것은 바로 두 번째 이유, 인구다. 노동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에 대비해 로봇을 키워야 한다. 한국이 롤모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얼마 전 발표한 인구 통계를 보면, 대기근으로 인구 348만명이 감소했던 1961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순증 인구 수는 100만명 아래인 48만명으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로봇굴기'는 자국 로봇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액이 20%씩 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아예 2025년까지 로봇 공학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이 무렵 시장점유율 70%를 달성하겠다는 새 목표도 제시했다. 2020년 시장점유율 목표(50%)를 채우는 데 실패했지만 게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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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설치된 중국 및 해외 기업 로봇 대수(단위: 1000)/사진=I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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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웨이밍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산업장비국장은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더 강력한 로봇 기술이 절실하다"면서도 "2025년까지 중국에 있는 대규모 공장 중 70% 이상이 로봇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진짜 야심은 따로 있다. 로봇 용도를 군사용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지난해 말 발표한 '14차 5개년 로봇산업 발전 계획(2021~2025)'에서다.

중국 정부는 이때 △산업혁신 역량 강화 △산업발전 기반 강화 △고품질 제품 공급 확대 △응용 기술역량 강화 △산업구조 최적화 등 5개 목표를 제시했는데 고품질 제품군으로 특수 로봇을 언급한 부분이다.

중국은 특수 로봇 중 보안 순찰, 개인 보안 검사, 대테러 폭동 방지, 조사 및 증거 수집, 국경 관리 등을 언급했다. 사회 통제 수단으로서 로봇을 무장시킨다거나 로봇 군대를 양성할 가능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인공지능 로봇 군대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국에서 창설되는 것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든 중국은 '한다면 하는' 나라니까.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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