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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관위 공무원들 文에 초유의 집단 반발, 관권선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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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뜻으로 임기 연장을 시도하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내부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 밀려 사퇴키로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9명인 중앙선관위원의 임기는 6년이지만 1명뿐인 상임위원은 3년 임기를 마치면 떠나는 게 예외 없는 관례였다. 이 관례에 따라 조 위원이 청와대에 사표를 냈지만 문 대통령이 반려했었다. 그는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으로 2019년 임명 후 일방적으로 여당 편을 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런 조 위원을 비상임위원으로 선관위에 잔류시켜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9년 1월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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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지켜보던 선관위 실국장·과장·사무관들이 전체 명의로 조 위원에게 관례에 따라 물러나야 한다고 공동 입장문을 보냈다. 이들은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외부의 비난과 불복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2900여 명 선관위 직원 전체의 총의를 담은 입장문이었다. 선관위 내부망에는 “명예롭게 퇴임해줄 것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부탁한다” “대통령이 반려해도 본인 뜻을 굽히지 않고 나와야 한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의 시도가 얼마나 사리에 맞지 않으면 공무원 신분인 선관위 직원들이 일제히 나서 대통령 뜻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반발했겠나. 그러자 조 위원은 결국 “제 사표 반려와 관련해 선관위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으로 후배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깊은 사과를 한다”며 사퇴를 밝혔다.

조 위원은 떠나지만 선관위의 편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현재 야당 몫 위원 1석은 민주당의 반대로 임명이 안 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선관위원 8명 중 7명이 친여 성향이다. 조 위원 후임 상임위원은 위원들 간 호선(互選)으로 뽑는다고 하지만 이는 요식행위일 뿐이고 문 대통령이 지명한 두 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청와대는 선관위에 ‘어떤 경우에 상임위원이 선관위원장 대신 전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고 한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이 역시 자신의 말을 듣는 상임위원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장도 친여 서클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정부의 선거 관리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 문 정부는 여당 대선 후보의 응원단 같은 행태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선관위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이런 유례없는 행태에 대해 경고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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