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북미 협상을 고려해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2.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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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유예·중단)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청와대가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추가적인 상황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중동 3개국 순방 출국 직전에 이집트 현지 매체와 서면인터뷰를 갖고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공교롭게 해당 인터뷰는 이날 공개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9일 당 중앙위 8기 6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2018년 4월 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 및 북부(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등의 내용을 북한이 전면 재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김여정 당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가 왕래하면서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시기로, 북한이 같은 해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같은 발표를 하면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후 북한은 5월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전 세계에 중계했고, 이어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미국에 재확인했다.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북한은 이른바 '레드라인'(경고선)을 넘지 않았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9년 5월4일 KN-23 미사일 발사 이후 여러 차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발사하고 있지만, 핵 실험은 2017년 9월3일 6차 핵실험 이후, ICBM 발사은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 후 실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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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신뢰구축 조치 등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대미 강경조치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 독자제재를 단행했음에도 극초음속 미사일이라 선전하는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면 무력시위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최근 일련의 북한 동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한반도 정세 안정과 대북 대화재개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에도 대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대외 메시지에서 대남 부분은 제외했지만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여건을 차기 정부에 물려주겠다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말 구상에 먹구름이 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2시 공개된 이집트 공영신문 '알-하르람'과 가진 서면인터뷰 기사에서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구축이 쉽지 않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현이 임기 내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대화 노력은 차기 정부에서 이어지길 바란다는 신년사의 연장선상에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우리가 강하게 염원할 때 이루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평화구축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저의 대통령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위한 정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인터뷰는 문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날 서면인터뷰 형태로 진행됐으며 지난 14일 이집트 해당 언론사 측에 전달됐다. 시점상 이날 오전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북한의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내용과는 무관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카이로(이집트)=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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