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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공수처 초라한 ‘첫돌’…“조직 인력 재구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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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첫 돌을 맞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검찰 개혁과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수사력 부족과 인권침해 수사 관행 답습 등 공수처를 둘러싼 실망이 역력하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인적 쇄신과 보완 입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수처는 21일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다. 애초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 등을 검토했으나 외부 인사 초청 없이 처‧차장 등 구성원 28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행사를 가진다. 지난 1년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부족한 수사력 등 숱한 논란과 비판이 쏟아지면서 공수처 출범 1주년 기념행사 자체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공수처는 들여다보는 사건마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휘말렸다. 공수처가 수사한 13건의 사건 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사건만 4건으로 ‘윤수처’라는 조롱을 받았다. 공수처가 주력했던 ‘고발사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수사 방해’, ‘판사 사찰’,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사건들은 모두 윤 후보를 겨냥했다.

수사와 기소에서 진척을 보인 것도 아니다. 수사 인력 60%를 몰아넣을 만큼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두 차례 구속영장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밖에 공수처가 자체 기소 사건은 한 건도 없고, 접수된 사건의 절반 이상은 검찰과 경찰 등으로 이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소환하는 과정에서 처장 관용차를 제공하고 조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황제조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핵심 피의자를 별도의 신원 확인 절차 없이 공수처 청사 안으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공수처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공수처는 야당 국회의원 105명 중 89명과 언론인 151명, 이들과 관련된 가족 등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수사 대상의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언론 사찰’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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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공수처 폐지론까지 제기됐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통신자료 조회 사실이 알려지면서 폐지론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 거세졌다. 국민의힘은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와 공수처 폐지를 촉구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대통령으로) 집권하면 정권 흥신소로 전락한 공수처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의 ‘공수처 폐지론’을 정치 공세로 보는 시선도 있다. 서울 소재의 한 법대 교수는 “어느 기관이든 시행착오를 겪는데 잠깐 실수했다는 이유로 바로 없애버리면 국가기관 신뢰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야권에서는 공수처가 쉽게 폐지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폐지론을 외치는 것은 일종의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공수처 무용론을 타개하려면 수사력 부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관측이 많다. 처장과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인 점이 한계로 드러난 상황에서 과감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대체로 수사 경험이 적은 데 비해 맡은 사건은 특수수사 수준인 만큼 풍부한 수사 경험을 갖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사력 강화와 검찰, 경찰에 대한 견제력을 높이기 위해 공수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능하다면 공수처법을 개정해서라도 규모를 지금의 2~3배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발간한 공수처법 주석서는 공수처가 풀어야 할 과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주석서는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특별검사를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범죄 행위가 재직 시부터 퇴직 후까지 걸쳐져 있는 경우에 대한 입법적 개선, 판례 축적을 통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주석서는 검찰, 경찰과의 갈등 배경이 됐던 법 조항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그러나 주요 쟁점 조항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소개하면서도 대부분 공수처에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는 시각이 있다. 앞으로도 기관 간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논란이 됐던 '유보부 이첩'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검찰에 수사 권한만 이첩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는 해석을 달았다. 수사활동 지원 범위에는 '파견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인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봤다. 파견된 경찰도 수사보조자로서 지위를 갖고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공수처는 주석서 내용이 공수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서초동 소재 한 변호사는 "법 규정상 해석이 불명확한 부분이나 공백이 있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판례로 정리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이고 입법적으로 보완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투데이/정수천 기자 (int100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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