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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리니지 캐릭터로 ‘유사 경마’, ‘투견’...불법 도박 게임으로 돈 번 일당들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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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구속 기소, 9명 불구속 기소

조선일보

A씨 일당들이 운영해온 불법 도박 서버 접속 화면/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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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리니지 캐릭터로 ‘유사 경마’ ‘투견’ 등을 하는 불법 도박 게임 만들어 돈을 벌어온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진승)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사설 서버를 운영하면서 불법 도박 게임을 만들고,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벌어 들인 수익을 암호 화폐(가상 화폐)로 세탁한 A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와 함께 활동한 9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7명은 2020년 2월부터 작년 5월까지 9만9741 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만든 불법 도박 게임에 참여한 이용자들에게 283억원 상당의 게임 머니를 환전해 주고, 이 중 수익금 31억원을 암호 화폐로 바꿔 해외 거래소를 거쳐 자신들이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6명은 2020년 5월부터 작년 12월까지 14만9701 차례에 걸쳐 365억원 상당의 게임 머니를 환전, 수익금 66억원을 암호 화폐로 바꿔 이익을 본 혐의를 받고 있다.

원래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사(社)가 만들어 운영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A씨 등이 만든 리니지 사설 서버는 엔씨소프트사가 운영하는 리니지 서버와 전혀 관계 없는 것이다. 일명 ‘프리서버’라고 불리는 불법 서버다. 리니지의 소스 등을 엔씨소프트사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저작권법, 게임 산업 진흥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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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일당들이 만든 불법 도박 게임에서 게임 속 상인 캐릭터가 게임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이 불법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베팅을 하는 모습/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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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등은 이런 불법 서버를 만든 뒤 유사 경마 게임을 만들었다. 경마처럼 리니지 속 몬스터 캐릭터인 ‘버그베어’들을 경주시키는 게임으로, 경주하는 캐릭터에 이용자들이 돈을 걸게 하는 불법 도박 게임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서버 이용자들이 불법 도박을 하도록 ‘투견’ 등 미니 도박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투견은 두 마리의 몬스터가 대결을 펼쳐 승자를 맞히는 게임이다.

A씨 등은 불법 도박 서버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의 연락처를 주지 않았다. 대포폰을 만들어 SNS로만 이용자들과 대화했다. 이용자들에게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여기에 동의한 이용자들에게만 ‘게임 머니’를 환전해줬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이 불법 도박판으로 벌어 들인 돈을 당일에 암호 화폐로 전부 바꿨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 자신들의 암호 화폐 지갑에 수익금을 몰아넣었다. 수사 기관의 암호 화폐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

검찰은 이들의 온라인 불법 도박을 적발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 전자 정보 압수수색, 통신·계좌·블록체인 추적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통화 27만건, 계좌거래 260만건, 블록체인 거래 5만건을 분석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들이 벌어 들인 수익 중 10억25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보전했다고 밝혔다. 이 중엔 미국 달러와 1:1로 교환 되는 코인 테더 3억원어치와 비트코인처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코인인 이더리움 2억4000만원 상당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은 경찰 송치 사건 중 주범이 검거되지 않고, 범행이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었지만, 작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면서 현재로선 검찰이 직접 인지 수사는 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 등 일당에게 적용된 혐의는 도박 공간 개설, 저작권법 위반,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다. 검찰이 3000만원 이상 뇌물 수수 등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죄명이 아니다.

검찰은 “경찰이 추가로 이 사건 관련 다른 공범자들을 수사해 검찰에 넘기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를 착수하거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가 불가능하다”며 “환수 가능한 범죄 수익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사건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없는 죄명이라도 예외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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