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의존도 낮춘 러시아 VS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여전한 유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국제결제망 퇴출 등 강도높은 제재 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침공시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차단으로 이어져 유럽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서방의 경제제재와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으로 전개된다면 피해는 서방국가에 돌아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탈달러화’ 노력의 결과로 외부의 경제적 충격으로부터의 완충망을 일부 갖춘 반면 유럽은 여전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러시아를 달러 국제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방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유력한 제재 카드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 카드와 관련 “테이블에서 벗어난 옵션은 없다”고 말했다. 전날 독일의 한 언론이 미·EU가 러시아의 국제결제망 차단 방안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SWIFT에서 퇴출되면 달러를 이용한 수출입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재 이란, 북한 등이 이와 같은 초강력 금융 제재를 받고 있으며 그 위력 면에서 ‘핵 옵션’으로까지 불린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시작된 지 7년이 흐르면서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강압 통치, 재정 긴축으로 인해 서민들의 경제 형편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이후 달러화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여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4~2019년 러시아의 국제교역·금융 결제 통화 중에서 달러의 비중은 15~20%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세계 결제 외환 중 달러 비중은 40~42% 선이었다.
지난해 러시아의 외화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16.4%로 유로화나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탈달러화 연대를 선언한 중국의 위안화 비중은 13.1%로 올라섰다. 또 원유 값 상승에 힘입어 크게 불어난 국부펀드에서도 달러화 자산을 모두 처분했다. FT는 이같은 조치로 외국인 투자가 감소했지만 동시에 러시아 경제가 미래의 외부 충격으로부터 덜 취약해지게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불완전하나마 서방의 경제 제재를 견뎌낼 수 있는 정도의 내구성 확보를 추구한 것과 달리 유럽은 에너지 수급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EU는 가스의 약 35~40%, 석유의 약 25% 가량을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러시아가 2014년 당시처럼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에너지 공급 차단 등 ‘자원 무기화’에 나설 경우 상당수 유럽국이 타격을 입게 된다.
18일 국제유가가 2014년 미국산 셰일 파동 이후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러시아산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에도 러시아가 티타늄이나 우라늄 수출 중단 조치로 맞불을 놓을 경우 보잉, 록히드마틴 등 항공, 우주 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연구원은 SWIFT 차단 카드와 관련 “러시아가 수출하는 물품 구매를 중단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원유, 가스 수입 대금을 지불할 채널을 열어놔야 한다. 경제 제재가 푸틴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러시아 무장 탱크가 18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주변의 고속도로를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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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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