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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 불탔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상인들 힘겨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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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화재로 대체 상가 이전했지만 '코로나 직격탄'…"관리비도 밀려"

뉴스1

18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로 지정된 베네시움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현재 1층 56개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다. 2022.1.18/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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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매서운 한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2016년 11월 발생한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이 혹독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쯤 서문시장 길건너에 있는 베네시움 상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곳은 화재로 점포가 타버려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 4지구 상인들이 2017년 8월 대구시의 지원 등으로 옮겨간 곳이다.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베네시움 상가 맞은편에 있는 서문시장 입구 쪽은 인파로 북적거려 대조를 이뤘다.

베네시움 상가에서 수입잡화를 판매하고 있는 A씨는 2.4평(7.9㎡) 남짓한 가게에서 손난로에 의지한 채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A씨는 "매출도 없는데 언제까지 가게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떨어진 매출을 보면 떠나야겠다 싶다가도 장사를 하며 아이를 키웠던 내 인생이 여기에 남아 있어 어떻게 쉽게 정리할 수 있겠느냐"면서 "1년만 더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상인들의 걱정거리는 상가 관리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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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베네시움 1층에 손님들 없이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2022.1.18/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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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대구시로부터 임대료를 무상으로 지원받고 있지만 250여개 점포가 함께 나눠내던 관리비의 경우 현재 50여개 점포가 부담하고 있다.

매출 부진으로 나머지 점포들은 상가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베네시움 측에 따르면 2017년 8월쯤 4지구 점주들이 대체상가로 이사할 때 1층에서 4층까지 250여개 점포가 즐비했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매출이 감소해 현재는 1층에만 56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남아있는 점포는 평수에 따라 월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일부 점포에서는 수입이 관리비에도 못 미쳐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충당하는 상황이다.

한 상인은 "250여개 점포가 함께 관리비를 나눠낼 때는 부담이 적었지만 지금은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복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가게 운영이 어려워 소상공인 대출을 받았지만 한번에 갚을 능력이 안돼 돈을 다 갚기 전까지는 문을 닫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베네시움 관계자는 "화재 이후 이곳에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온 상인들이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져 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며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상인들도 판매 방식 다변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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