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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고와 ‘상장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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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플란트 국내 시장점유율 50%로 압도적 1등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금액만 자그마치 2215억원으로 이는 자기자본 2048억원을 훌쩍 넘는다. 3분기까지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예금 등이 2062억원인데 그 돈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보다 차입금, 선수금 등의 부채가 더 크다는 데 있다. 1년짜리 단기차입금이 1060억원, 1년 내에 상환 예정인 유동성장기차입금이 450억원이고 1년 이후에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장기차입금과 채권도 2000억원이 넘는다. 또한 고객으로부터 돈을 먼저 받고 제품은 아직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로 처리한 선수금도 1538억원이나 된다. 회사는 먼저 돈을 받고 나중에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현금이 사라졌으니 생돈을 들여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회사의 상황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2020년 3분기 대비 수출액이 50% 넘게 증가하며 회사는 역대급 매출을 달성 중이다. 2020년 연간 매출액이 4293억원이었는데 2021년 3분기 만에 거의 다 달성해버렸다.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2021년 말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000억원, 10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로 몇 년간 열심히 사업을 하면 손실액은 충분히 메꾸고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우량기업의 내부통제가 너무 쉽게 무너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들과 회계업계는 회계 신뢰성을 위해 내부통제 강화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왔다. 2000년 중반부터 상장기업과 일정규모 이상의 비상장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하는 중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 작성에 합리적인 확신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프로세스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회계부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이 결국 기업의 언어인 회계로 표현되기 때문에 전사의 모든 프로세스를 다 아우른다. 회사의 경영진은 효과적인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설계, 실행 및 유지할 책임이 있으며 효과성에 대한 평가 책임을 진다. 그리고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외부감사인은 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효과적으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검토를 하고 의견을 표명한다. 최근에 외부감사인의 의무는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되었다.

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꼼꼼히 구축하고 전사 차원에서 잘 따른다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만약 설계된 내부통제시스템에 빈틈이 많고 임직원들이 이를 지키지 않게 되면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 확보는 어렵게 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유효성은 회계감사 의견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거래와 사건이 복잡하고 건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회계감사 기간 외부감사인이 모든 증빙들을 다 훑어볼 수가 없다. 따라서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잘 설계되고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큰 금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가 곧 시작될 회계감사 시즌에서 과연 적정의견을 받아낼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상장기업들과 감사인 모두 기업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지 못한 허점은 없는지, 통제 주기가 너무 길어서 그사이에 뚫릴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다시 재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주주들이 마음 놓고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박동흠 |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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