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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영리병원 길 터준 대법원 판단…원희룡·文 정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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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대법원이 녹지국제병원의 제주도 개설 허가가 위법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국내에서 영리병원 설립 길이 열렸다. 병원 영리화를 반대해 온 의료⋅보건단체와 시민사회는 이번 일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태에 명백한 책임이 있다며 강경하게 비판했다.

18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는 공동 성명을 내 "코로나19 상황에 영리병원 설립에 우호적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한다"며 "국내 첫 영리병원의 존속 여부가 달린 중요한 사안을 두고 대법원은 심리조차 하지 않고 녹지그룹 손을 들어 줬다"고 비판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3일 대법원의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결과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앞서 이날(13일) 대법원 특별1부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의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 사건에서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조치다.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이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을 경우 굳이 본안 심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판결이 결국 병원 영리화 길을 터줄 것이라고 시민사회단체는 우려했다.

보건의료연합과 참여연대는 특히 원희룡 전 지사와 문재인 정부에 근본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원 전 지사를 두고 "이번 일의 가장 큰 정치적, 실질적 책임"이 있다며 "오늘의 사태는 2018년 7~10월 무려 3개월간의 공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이 내린 '영리병원 불허' 권고를 원희룡이 무시하고 허가한 것이 낳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 공공성 악화 우려를 이유로 영리병원 불허의견을 낸 제주도민 의견을 무시하고 원 전 지사가 "자신이 수용하겠다고 세 차례나 약속한 공론조사 권고안을 내팽개치고 제주도민을 배신하는 결정을 했다"며 "본인의 독단으로 이땅의 민주주의와 공공의료를 완전히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태를 낳은 책임을 지고 현재 국민의힘 대선 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원 전 지사가 "당장 이 사태를 전국민 앞에 사과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영리병원 설립에 협조한 책임이 있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이들은 "현 정부는 영리병원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을 팽개쳤다"며 "문재인 정부 보건복지부는 2017년에 영리병원을 내국인이 이용해도 건강보험제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부적절한 의견을 냈고, 2018년에는 '조건부 허용'을 해도 의료법상 문제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제주 영리병원 허가에 힘을 실어줬다"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JDC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 자격으로 공론조사에서 녹지측을 대리해 찬성측 토론자로 참석해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하는 활동을 했다"고도 이들은 밝혔다.

이들 단체는 "문재인 정부는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방조했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공공의료를 무시하고 의료영리화를 추진"해온 점 역시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영리병원의 사업 본질은 생명이 아닌 이윤추구라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이들 단체는 주장했다.

이들은 "녹지국제병원 설립 시도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병원이 환자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투기자본의 놀이터이며, 사실상 국내영리병원 우회적 추진"이라고 지적해왔다며 "의료기관을 설립하려면 유사사업 경험이 있어야 함에도 녹지그룹은 의료업 비슷한 것은커녕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땅 투기 기업"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제 사실상 남은 수순은 제주도가 녹지그룹에 손해배상과 ISD 등으로 물어야 하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라며 "아무 잘못 없는 제주도민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게 됐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애초 잘못 끼워진 단추인 제주도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조항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보건의료노조도 성명을 내 이번 대법원 판단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애초 심리조차 거부한 대법원의 당혹스러운 태도"로 인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공공의료 확충·강화 대신 영리병원 허용에 손을 들어주는 시대착오적 인식"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대법원의 상고심 심리거부에 따라 다 죽어간 제주 영리병원이 다시 살아날 위기에 처했다"며 "과거 국회가 영리병원의 물꼬를 터주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그 법에 따라 인천시가, 제주도가 부화뇌동해 영리병원 유치에 혈안이 되었으며, 녹지그룹 등이 이 법에 근거해 영리병원을 추진해왔던 근본적 문제를 그대로 두고 제주도의 형식적인 소송에 기대어 대법원의 법리해석에 맡겨 둔 채로는 언제든 영리병원 추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즉 근본적으로 영리병원 설립 배경이 되는 제주특별자치도법과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해야만 병원 영리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노조는 강조했다.

앞서 녹지제주는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1만7679제곱미터 규모로 병원을 짓겠다며 지난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서를 냈다.

이후 제주도는 1년 뒤인 2018년 12월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녹지제주 측에 내줬다. 녹지제주는 이에 반발해 개설 허가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았고, 제주도는 2019년 4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제주도의 해당 개설 허가 취소가 위법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녹지제주가 낸 소송은 총 두 가지다. 앞서 판결이 난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소송과 별개로 녹지제주는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결정이 위법하다는 내용의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관한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보건의료연합과 참여연대는 "남은 조건부 허가 소송에서는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차기 정부도 영리병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현행 영리병원 허용조항을 삭제하는 법제도적 절차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녹지국제병원 자료사진. ⓒ녹지국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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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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