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캠핑카 타고 전국 사찰 찾아…다큐멘터리 영화 '불효자'로 기록
인사말 하는 마가스님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예순이 넘은 마가 스님(62)은 수박껍질을 머리에 쓰고 수박씨를 얼굴에 붙이며 노모 앞에서 마치 아이처럼 재롱을 피운다.
이 모습을 본 92세 노모는 주름이 빼곡한 얼굴에 다시 주름을 더하며 웃음을 짓는다.
40년 전 출가한 마가 스님이 어머니 박종순 씨와 '지구별 마지막 여행'을 다니며 촬영한 로드 다큐멘터리 영화 '불(佛)효자'의 한 장면이다.
자비명상 대표인 마가 스님은 18일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여 분으로 편집된 영상이 흐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스님은 "효는 불교에서 큰 덕목이고, 부모를 섬기면 복이 온다는 조상님의 가르침도 있다"며 "가정이 해체되어 가고 코로나19 속에서 불화도 심해진 상황에서 가정의 소중함, 끈끈함을 회복해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영화를 찍기 위한 여정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단 전갈에 고향인 전남 고흥을 찾은 스님은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힘든 노모를 3년 전 자신이 기거하는 서울의 한 절로 모셔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스님은 소원을 이뤄 드리고자 모친의 고향을 방문한다.
마가스님은 "21세에 출가해 20여 년 동안 못 뵙다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고향을 한번 갔고, 어머니 89세 때 다시 만나 함께 하고 있다"며 "출가한 뒤 부처님 곁에서 수행 정진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때 원이 하나 생겼다.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밥 좀 해드리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모자의 첫 여행에 따라나선 최진규 감독은 이들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고, 이 영상을 본 주위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스님은 어머니와 2년에 걸쳐 30차례나 여행을 떠났다. 캠핑카에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란 의미를 담아 '미고사'라는 이름의 이동식 법당을 만들어 전국을 누볐다. 최 감독은 "한번 가면 200~300㎞를 다녔다"며 "전국을 다섯 바퀴 정도 돈 것 같다"고 말했다.
스님 아들과 어머니의 여행 그린 '불(佛) 효자' |
영화에는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유네스코 7대 사찰인 마곡사, 법주사, 부석사, 봉정사, 선암사, 대흥사, 통도사를 비롯해 경주 불국사, 부산 범어사, 양산 통도사 등 아름다운 사찰과 자연 풍광이 한데 어우러졌다. 이를 배경으로 휠체어를 밀거나 노모를 등에 업고 계단을 오르는 스님의 모습이 뭉클함을 안긴다.
최진규 감독은 "출가한 스님이 속가의 가족을 만나는 게 (영화제작에) 고민이 됐다"며 "부모의 크고 깊은 은혜에 보답하도록 가르친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알게 됐고 그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신도들 상담과 고민을 받으면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진리 아닌 진리를 발견했다"며 "부모를 버리고 학대하는 시대에 어머니를 모시고 효를 다하는 게 인간 회복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모님께 근심 걱정 안 끼치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출가자로선 수행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큰 효는 없는 것 같다"며 "저는 어머니를 만나고 수행이 더 익어가는 느낌이다. 어머니가 관세음보살로 연결되더라"고 했다.
이어 "어머니가 저를 낳아주셨지만, 전 어머니를 부처님 곁으로 안내해 수계식을 해드렸다"면서 "아들이 돌아오길 늘 기다리신 어머니가 장가 밑천으로 모은 2천만 원을 이젠 필요 없다고 주시길래 고향 절에 어머니 이름으로 대들보를 시주했다"며 웃었다.
스님은 모친의 불편한 다리를 고려해 이달 서울 절을 떠나 계단이 없는 시골의 절로 이사한다.
영화는 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이 맞물린 5월 8일 개봉하며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에도 출품할 예정이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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